SK C&C-SK 합병, 6년의 기다림…달콤한 열매 맺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2009년 10월, 상장을 앞둔 어느날, 국내 증권 및 IT담당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김신배 SK C&C 대표(현 SK그룹 부회장)가 회사 상장의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상장을 통해 앞으로 글로벌 IT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당시 김 대표는 SK그룹내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의 대표를 맡다가 2008년 12월, 돌연 SK C&C 대표로 선임된 인물. 시장에선 SK C&C 상장 작업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그룹 실세가 내정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SK C&C의 상장은 SK(주)와의 합병과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SK C&C 상장 당시,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원래는 2008년말에 상장을 계획했었지만 때마침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상장 일정을 한차례 연기한 상황이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는 SK C&C와 SK(주)와의 합병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김 대표는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전에도 김 대표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았고, 그때마다 SK(주)와의 합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예정된 수순, SK C&C와 SK의 합병 = 당시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장과 관련해 SK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너무 많은 초점이 맞춰질 경우, SK그룹 입장에선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에 부담을 가졌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SK그룹의 지배구조상 ‘옥상옥’ 구조를 해소하려면 SK(주)와 SK C&C의 합병은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SK C&C가 상장할 당시 1대 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C&C의 보유지분은 40%가 약간 넘었다. SK C&C와 SK(주)가 합병을 하려면 두 회사 주식교환 가치를 따질 수 밖에 없지만 당시 두 회사의 주가를 고려하면 두 회사간의 합병은 사실‘먼 훗날’의 얘기였다.
그러나 그‘먼 훗날’은 2015년4월20일에 갑작스럽게 공식화됐다. 이날 발표된 SK C&C와 SK(주)의 합병비율은 ‘1대 0.74’이다. 합병후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23.4%로, 역시 합병법인의 1대 주주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SK C&C의 주가가 오른 때문이다.
2009년11월11일, SK C&C 상장 당시의 공모가는 3만원, 당시 SK(주)의 주가는 8만원대 였다. 합병이 발표된 20일 SK C&C의 주가는 23만1500원, 상장 시점과 비교해 약 7.5배 올랐다. 같은 날 SK의 주가는 17만4000원, SK C&C 상장 당시에 비해 3배 정도 오르는 것에 그쳤다.
◆우여곡절, 긴 기다림 = 상장 직후인 2010년, SK C&C는 1조5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SK C&C는 상장이후 공격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나갔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도 불거졌다. 2012년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 발효되면서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공공 IT시장에서 SK C&C는 사실상 발을 떼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IT서비스 본질에 집중하라’는 시장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SK C&C는 중고차매매서비스인 엔카까지 론칭시키면서 매출 외연확대에 집중했다. 물론 이 사업은 이후 누구도 예상치못한 매우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게된다.
한편으론 2013년1월, 최 회장이 횡령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SK그룹이 위기경영에 돌입하는 등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그러나 이런저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SK C&C 주가는 시차를 두고 2014년8월 기어이 20만원대를 돌파한다. 폭발적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회사의 매출액은 매년 꾸준히 늘어났으며 2014년에는 2조42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든 상황을 주가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6년이란 기다림을 통해, 최태원 회장은 오는 8월 새롭게 출범하게 될 합병법인 SK(주)의 안정적인 1대 주주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아울러 SK그룹 지배구조 조정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꿸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예상은 했지만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의 방법론적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됐다.
일각에선 이번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일정 비율 넘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0일 주가가 하락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상 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불확실성 해소, SK C&C 기존 사업은? = 시장에서는 이미 형기의 70% 이상을 복역한 최 회장이 연내에 그룹 경영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복귀한 이후, 합병법인 SK의 행보에 대해서는 여러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공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그룹측에서는 ICT기반의 신사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통합법인의 명칭이 SK로 정해짐으로써 그동안 국내 IT서비스업계의 빅3를 형성해왔던 SK C&C란 브랜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SK C&C가 원래 이러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회사 명칭만 사라졌을뿐 SK C&C의 사업부문과 기능, 직원들은 그대로 남는다. 다만 SK C&C내에서 유지돼왔던 IT서비스 사업기조가 향후 통합법인에서도 지속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본질적으로 기존 사업영역이 IT서비스였던 회사가 사업지주회사로 성격이 전환되면 그에 따른 다소간의 사업구조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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