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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경쟁정책 트라이앵글…핵심은 알뜰폰·제4이통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요금인가제도 폐지, 제4이동통신 허가기본계획 등을 발표했다. 최근 발표된 알뜰폰 정책까지 3개의 이동통신 경쟁정책이 마무리됐다.

각각의 정책을 봐도 상당한 파급력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있다. 각각의 정책이 서로를 보완하고 견제한다. 이들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쟁활성화를 통한 이동통신 요금인하다. 특히,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정책은 4이동통신의 성공적인 출범 여부다.

미래부는 이번 요금인가제 및 제4이동통신 정책 발표 이전, 지원금에 준하는 요금할인을 12%에서 20%로 상향조정했다. 또한 이동통신사들은 음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가 기준이 된 데이터중심요금제들을 내놓았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도 발표됐다. 앞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의 추가요금 인하도 예상된다.

여기까지는 사업자와 소비자의 접점에서 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눈에 띄는 요금인하라고 보기보다는 선택의 폭을 넓혀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요금인가제도와 제4이동통신 정책은 소매보다는 도매, 즉 사업자간의 정책이다. 사업자간 경쟁을 극대화해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구조적인 경쟁틀을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매시장에서 요금경쟁이 항구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이통시장의 5:3:2 구조를 깨야하기 때문이다.

제4이동통신은 벌써 6차례나 실패한 사업자가 있을 만큼, 새로운 정책은 아니다. 하지만 법이 바뀌어 정부가 주파수할당공고를 내지 않으면 허가 프로세스가 진행되지 않는다. 미래부는 이번에 기본계획에 더해 로밍, 접속료, 주파수 등 지원방안까지 내놓았다. 사업자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의 허가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다. 과거 마지못해 허가절차를 진행했던 것과는 온도가 다르다. 미래부가 법의 테두리, 과거의 경험 측면에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이 제4이통사업자의 수월한 허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제4이통을 통해 기존 이통시장의 경쟁틀을 바꾸겠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허가기본계획이 나왔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서는 사업권을 받을 수 없다.

미래부는 28일 브리핑에서 "재정적, 기술적으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신규사업자"를 재차 강조했다. 신규사업자가 경쟁력이 있어야 알뜰폰도 같이 크고, 기존 이통3사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현재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상태다. 알뜰폰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구조 개선은 쉽지 않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신규사업자의 등장이 필요하다. 경쟁의 틀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 하지만 정부정책에 의존해 성장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즉, 지원은 하겠지만 알뜰폰처럼 인위적으로 육성해서 시장안착을 돕겠다는 것은 아니다.

요금인가제 폐지 보완책으로 제시된 도매시장 제도 정비도 알뜰폰과 제4이통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방안이다.

이번 제4이통 정책 중 로밍 제공이 포함돼 있지만 알뜰폰 도매제공과 달리 로밍은 의무제공사업자가 없다. 법에 규정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고시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로밍은 SK텔레콤 뿐 아니라 KT, LG유플러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도매에서는 필수설비 개념이 중요한데 이동통신에서 필수설비는 주파수이고, 이 주파수는 이통3사가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9월 이후에는 전파사용료 감면 등도 끝난다. 만약 경쟁력 있는 제4이통사 출현이 불발로 끝나면 대안은 알뜰폰 밖에 없다. 알뜰폰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려면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도매제공과 관련한 정책은 이 같은 경쟁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강한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배적사업자라고 일방적으로 몰아 부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다.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제한적 신고제 도입으로 우려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해 SK텔레콤 발 요금경쟁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후발, 제4이통, 알뜰폰 발 경쟁은 물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동반경도 넓혀놓은 것이다.

미래부는 "하나의 개별 정책이 아니라 전체의 경쟁 프레임에서 이번 정책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냥 일방적으로 요금을 내리자는 것이 아니라 경쟁구조를 바꿔 시장의 힘으로 요금이 내려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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