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부재에 권역제한…케이블TV, 결합상품 시대 고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광명에 사는 A씨는 케이블TV 방송사인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서비스를 이용한다. 아직까지는 낯선 알뜰폰이지만 망의 품질은 이통사(KT)와 같고 요금은 저렴하다. A씨는 약정기간 2년이 넘어 요금의 50%를 할인받고 있다. 저렴한 요금제에 만족한 A씨는 가족의 이동전화 상품 모두 헬로비전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지만 유무선 결합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광명은 CJ헬로비전의 방송,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권역이 아니기 때문에 유무선 결합이 불가능하다. 통신사의 유무선 결합상품에 가입하면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상품을 사실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알뜰폰에서 다시 이통사 서비스로 옮겨 유무선 상품에 가입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IPTV 등장 이후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계속 낮아지고 상황에서 최근 방송통신 상품 가입 트렌드가 결합상품 중심으로 바뀌면서 어려움이 가중 되고 있다.
유무선 결합상품 경쟁은 통신사들이 IPTV 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2~3개를 묶는 것에서 그쳤지만 이제는 모바일,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까지 4개까지 결합이 가능해졌다.
통신사들의 핵심 서비스는 모바일이다. 다른 유선상품에 비해 가입자당매출(ARPU)이 높다보니 모바일 회선 구성에 따라 초고속인터넷이나 방송상품은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방송과 초고속인터넷이 주력인 케이블TV 업체들은 통신사들의 방송통신 결합상품 공세에 속수무책이다. 일단 케이블TV 방송사들은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통사와 비교하면 모바일 상품 경쟁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 CJ헬로비전처럼 나름 모바일 경쟁력을 갖춘 곳도 있지만 A씨의 사례처럼 권역이 다를 경우 결합상품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모바일 부재에 과거 안정적 사업기틀을 보장해줬던 권역제한은 유무선 결합상품 시대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바일만 놓고 보면 알뜰폰 요금이 저렴한 편이지만 유무선 결합상품 할인율은 30%에 달한다. 전체 할인규모를 감안할 때 소비자 시선이 결합상품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3년 통신사들의 결합상품 가입비중은 82.1%에 달한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17.9%에 불과하다. 결합상품 구성 허용은 2007년부터 이뤄졌는데 2008년에는 결합상품 가입자 비율이 37.8%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를 모두 포함한 결합상품의 경우 통신사들은 20.7%~40.2% 이지만 케이블TV 사업자는 평균 0.5%에 불과하다.
KISDI는 “유료방송 시장은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비중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증가할 경우 케이블 사업자는 경쟁에서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주력 상품인 방송과 초고속인터넷의 공짜화를 막는데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케이블TV 업계 고위 관계자는 “결합상품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 인터넷 공짜 마케팅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케이블TV 업계 임직원 100여명은 9일 과천정부청사정문에서 이동통신 결합상품 구성상품 매출비중에 따른 동등할인 제도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가 주장하는 동등할인율이 적용돼도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해소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근본적으로 모바일 상품 경쟁력을 갖춰야 유무선 결합상품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방송통신 시장에서는 케이블TV 업계가 제4이동통신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포화된 시장에 수조원을 투자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 전망이 더 우세하다. 권역별로 제한된 영업반경도 걸림돌이다. 결국, 케이블TV 업계가 통신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에, 제4이동통신이나 풀MVNO 등 모바일 상품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있다”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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