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먹구름

한주엽

* 8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TV 완성품 업체들이 신흥국 통화 약세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후방 산업계인 패널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LCD 패널 가격은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중이다. 내년까지도 이 같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향후 몇 년간 불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중국 업체들이 신규 8세대 공장을 계속적으로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신흥국 통화 약세 영향으로 TV 완성품 업체들의 이익 지표는 작년 4분기부터 악화됐다. 급기야 올 1분기에는 세계 1, 2위 TV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당 사업에서 적자를 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LG전자는 적자 규모를 늘리며 결국 손실을 기록한 채 상반기 실적 결산을 마감했다.

TV 완성품 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신흥국 통화 약세로 실제 제품을 출고할 때는 손해를 보고 있었던데다 전체 부품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은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패널은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는데, 약세였던 신흥국 통화와는 달리 미 달러화는 ‘초강세’를 보였다. 완성품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던 것이다.

TV용 LCD 패널의 거래 가격은 지난해 중반기부터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가격이 오른 이유는 패널 크기 확대, 고부가 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 움직임(공급 증가량 완화), 완성품 업체의 과열 경쟁에 따른 공격적인 재고 비축 등으로 한시적으로나마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 덕에 완성품 업체들이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패널 업체들은 달콤한 과실을 따먹었다. 1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사업에서 적자를 냈지만 삼성디스플레이(5200억원)와 LG디스플레이(7439억원)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가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영업이익이 7000억원을 상회한 것은 201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완성품 업체들은 패널 업체에 ‘가격인하’를 요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요 TV 완성품 업체들은 환율 문제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패널 업체에 LCD 가격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패널 업체들은 올 1월까지만 하더라도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완성품 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자 더 이상 높은 거래 가격을 유지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패널 가격은 지난 2월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풀HD 40인치, 55인치 LCD 패널과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울트라HD(UHD) 패널 가격은 지난 2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7월 들어 패널 가격의 하락폭은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주요 TV 업체들이 올해 출하 목표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한데다 중국 업체들의 8세대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공급량도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IHS디스플레이서치는 이 같은 가격 하락세가 내년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8세대 공장 추가 가동, 수급에 악영향

중국의 신규 8세대 공장 가동은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BOE는 충칭 B8을, CEC-판다는 난징 G8을, CSOT는 선전 T2를 지난 2분기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한국 업체들도 점유율을 잃지 않기 위해 생산량을 계속적으로 늘리는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쑤저우 및 광저우 8세대 LCD 생산 공장의 생산 용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는 줄고 공급량은 늘어나니 가격 협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패널 업체가 수급 상황을 고려해 하락률을 제시했으나 최근에는 완성품 업체가 원하는 수준대로 패널 가격 인하율을 결정하고 있다”며 “공급과잉이 해소되어야 패널 가격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내 해소되긴 힘들어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중남미 일부 국가에선 유통 및 채널에 쌓인 LCD TV의 재고 수준이 약 20주에 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PC와는 달리 LCD TV 업체들의 재고 조정은 아직 시작도 안됐다는 의미다. 재고조정이 시작되면 TV 패널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2016년 이후에도 신규 8세대 공장은 계속 생겨난다는 것이다. CEC판다는 청두 G8 공장을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HKC도 충칭에 8세대 공장을 짓고 있다. 2017년 가동된다. 2018년에는 BOE의 신규 8세대 공장인 푸저우 B10과 10.5세대 허페이 B9의 가동이 예정돼 있다. 물론 시황에 따라 가동 속도는 늦춰질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정부의 ‘눈먼 돈’을 받아 묻자마 투자를 하는 중국 업체들이 공급과잉을 신경을 쓸리 만무하다. BOE의 10.5세대 공장 건설에 대응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9세대 혹은 10세대급의 신규 공장 증설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럴 경우 패널 공급량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즉, 2016년에도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의 불황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패널 가격 하락 지속, 수요 증가 둔화, 경기 부진 우려 지속 등 LCD 업황 부진의 징후들을 봤을 때 한시적으로 끝날 상황이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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