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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왜 플랫폼(CJ헬로비전)을 접는가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방송통신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온 씨앤앰의 경우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TV 업계 1위 사업자가 유선사업 강화를 간절히 원하는 통신사업자의 품에 안기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아니 정확히는 SK그룹의 CJ헬로비전 인수와 CJ그룹의 CJ헬로비전 매각에는 많은 물음표가 달려있다. 양 그룹간 윈윈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CJ는 왜 CJ헬로비전을 매각하는가

가장 근본적인 물음표는 왜 CJ그룹이 유선방송 사업을 접는가이다.

CJ헬로비전은 지난해 매출 1조2703억원에 영업이익 1021억원을 거둬들였다. 훌륭한 성적표는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다. 연간 1000억원의 이익을 거두는 나름 우량회사다. 케이블TV 시장이 사양산업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결국, CJ, 태광, 현대 등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여기서도 CJ는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CJ헬로비전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매년 1000억원의 이익이 나는 회사인데 굳이 매각을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케이블은 물론, IPTV, 위성방송 전체적으로 봐도 CJ처럼 플랫폼과 콘텐츠 경쟁력이 뛰어난 곳은 없다. 유료방송 시장의 먹이사슬 구조를 볼 때 플랫폼이 없으면 콘텐츠가 설움을 받을 수 있다. CJ E&M은 콘텐츠 경쟁력도 있지만 든든한 플랫폼 CJ헬로비전이 존재하기 때문에 좋은 번호대를 차지할 수 있고, 다른 유료방송사와의 협상에서도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내집이 있다가 전세, 월세 등 세입자의 서러움을 겪을 수 있다.

◆방송시장 지각변동…CJ, 방송 콘텐츠에 집중

이번에 CJ는 헬로비전을 매각하면서도 모바일방송인 '티빙'은 CJ E&M으로 넘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인 헬로모바일은 SK에 넘긴다. 즉 이제는 온전히 방송콘텐츠 시장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CJ E&M은 보도 능력만 확보하면 거의 SBS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콘텐츠 생산 및 품질은 유료방송 업계 중 압도적인 1위다. 슈퍼스타K, 응답하라 시리즈, 식샤를 합시다 등 지상파 콘텐츠 못지 않은 인기 콘텐츠를 생산해왔다. 영화에서도 제작, 배급 측면에서 업계 톱이다. 어떤 방송 플랫폼도 CJ 콘텐츠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핵심 수익원이었던 음성통화가 어느 순간 가치가 뚝 떨어졌듯이 거실의 TV를 바탕으로 유료방송사를 통한 시청 행태도 변화할 수 있다. 넷플릭스처럼 IP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이다. CJ는 조금 빨리 정글에 적응하기 위해 안락한 집을 판 것 일수도 있다.

◆SK는 무엇을 얻나

SK브로드밴드 노동조합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사실 내부에서도 물음표가 적지 않다.

업계 1위기는 하지만 사양산업인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케이블이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통신업계 내부에서도 IPTV 조차 성장이 정체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CJ헬로비전 인수로 당장 SK는 KT의 유선 점유율을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됐다. 무선은 물론, 유선에서도 1위사업자로 등극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결합상품 경쟁력이 확대될 수 있고 해지율 감소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폭 감소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헬로모바일 100만 가입자도 확보하게 돼 알뜰폰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1위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지배력을 시장에 뿌리내리는 전략이 유선시장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SK의 득실은 인수가격 수준, 그리고 불투명한 미디어 사업의 성적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탄맞은 씨앤앰, 매각 안갯속으로

SK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씨앤앰이다.

갑자기 커진 SK 유선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LG가 관심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모바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유선에 조 단위의 투자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물론 가격만 맞으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씨앤앰은 올해초 공식적으로 매각을 선언했지만 2조원 이상의 높은 가격을 불러 철저히 외면받았다. 시장에 알려진대로 CJ헬로비전의 매각가격이 2조원 이하라면 씨앤앰은 1조원 이하에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CJ헬로비전의 갑작스런 매각소식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꼬여있던 씨앤앰의 매각 실타래를 더욱 꼬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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