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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직업병 보상안 수용한다

이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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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위원장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 이하 검증위원회)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지난 1년간 진행한 SK하이닉스 작업장 산업보건 실태에 대한 검증결과와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주요 조사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제품 860종(성분으로는 총 2296물질)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발암성, 돌연변이원성, 생식독성이 있는 물질 18종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아르신, 황산 등은 생산 공정에서 사용되는 핵심물질이며 석유계 가스, 나프타, 정제유 등과 같이 장비보수, 세척 등에 사용되는 제품의 성분인 물질도 있었다.

지금까지 화학물질 성분이나 독성을 알기 어려웠던 영업비밀물질 중 작업자에게 노출가능성이 높은 제품 위주로 선택하여 분석한 결과 총 151개의 화학물질을 새롭게 확인했다. 상대적으로 독성이 높은 화학물질이 의미 있는 농도로 확인된 경우는 에틸벤젠(함량 3%), 크레졸(4.2%)이었다.

노출평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정비작업과 같은 비정형적인 작업, 발암물질 등에 대해 집중했다. 일부 공정에서 포름알데히드 등 유기 화합물, 비소 등 중금속, 엑스레이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확인했으나 노출기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일부 공정에서 전자파에 대한 노출이 국외의 전기취급 직종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

건강검진자료 분석결과, 생산직 내 근무부서에 따라 사무직에 비해 대사증후군이 2.4~3.2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 분석결과 SK하이닉스 생산직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 비해 자연유산율이 1.3배, 여성 방광염이 1.1배 높았다. 피부염이 여성은 약 1.4배, 남성은 1.3배 더 높았다.

지난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암으로 병가를 신청한 108명을 분석한 결과 갑상선암이 전체의 56.5%인 6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뇌종양(10.2%), 위암(9.3%), 유방암(8.3%) 순이었다. 백혈병 등 조혈기계 암은 5건으로 4.6%였다. 갑상선암의 경우 생산직이 사무직에 비해 남성은 1.2배, 여성은 1.6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암은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2003년부터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결과에서도 SK하이닉스 근로자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 비해 갑상선암 발생 확률이 남성이 2.6배, 여성이 1.3배 유의하게 높았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뇌종양(악성과 양성을 모두 포함; 남성 1.2배, 여성 1.5배), 백혈병(남성 1.2배, 여성 2.0배), 남성 비호지킨림프종(1.3배) 등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보다 발생률이 높았다.

검증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다수 확인했으나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은 질환의 특성상 인과관계 평가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려움을 확인했다. 따라서 질병발생의 원인이 되는 유해인자에 상당한 수준의 노출이 있음을 확인하는 방식은 반도체 직업병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검증위원회는 판단했다. 대안으로 근로자의 심각한 질병에 대해 ‘인과관계 확인’을 유보하고 건강손상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유지에 필요한 기본수준을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도 제안했다.

지원대상자로는 재직자만이 아니라 질병에 따라 협력업체 재직자와 퇴직자, 자녀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지원 대상 질환으로는 반도체 산업과 조금이라도 상관성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암을 포함시켜, 누락 가능성을 없애고 지원대상자를 최대화했다.

◆SK하이닉스, 검증위원회 제안 수용=이번 검증위원회의 보고서 발표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제안을 전격 수용,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기반하기고 했다. 의심사례로 나타난 모든 질환환자를 대상으로 지원과 보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전현직 SK하이닉스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직원까지 지원·보상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산업보건 지원·보상 시스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겠다”며 “빠른 시간 내에 노사와 사외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지원보상 위원회를 결성해 관련 질병 지원·보상 절차를 마련하고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더욱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을 위해 산업보건안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화학물질관리방법 등 ‘작업환경’ 분야와 사내 조직 신설 및 복지제도 개선 등 ‘안전보건’과 관련해 검증위원회의 개선안을 수용하고 시행해 나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2015년 현재 이천과 청주 사업장을 기준으로 1230억원의 안전보건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를 매년 10%씩 늘려 2017년까지 3년 간 총 4070억원의 재원을 안전보건관리 및 시설 강화에 투입하고 상시 안전점검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회사의 성장을 함께했던 분들의 노고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열린 소통을 기반으로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검증위원회는 “이번 SK하이닉스의 검증위원회의 경험과 제안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근로자 질병에 대한 사회적 보장의 확대, 산재보험 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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