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각자 대표 체제 강화…왜?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LG전자가 사업부문별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체질개선에 나선다. 기존 LG전자 각자 대표를 맡던 구본준 회장은 LG 신사업총괄로 이동했고, 정도현 사장은 유임한다. 각자 대표 체제는 회사 대표권한이 해당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각각의 대표가 지니고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사장),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사장), 조준호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장(사장)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LG전자가 사업부문별로 각자 대표 체제를 꾸린 것은 위기의식을 보여준다. 최근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이 적자를 기록했고, TV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생활가전도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수익성 개선과 미래시장 대응이 LG전자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다.
먼저 정도현 사장은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 전망과 격화되는 시장 경쟁 속에서 LG전자가 맞이할 각종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주춧돌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 사장은 LG전자 재무는 물론이고 이번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경영지원총괄도 맡게 된다. 경영지원총괄은 지원, 글로벌마케팅, 글로벌생산, 구매센터 등 경영지원 및 운영 기능을 관장한다. 정 사장은 경영지원총괄역을 통해 사업 수익성과 성과 관리, 전반적인 투자계획 등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진 사장의 대표 선임은 ‘생활가전 수장’의 역할론이 부각된 결과로 보인다.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생활가전은 영업이익율 10%를 넘어서며 LG전자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번 인사는 LG전자 생활가전 세계 1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조 사장의 운신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LG전자를 세탁기 1등 신화로 만든 주역이다. 세탁기 보급률이 1%도 되지 않던 시절부터 국내 세탁기 기술 개발을 선도해왔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조 사장은 승진을 이어왔다. 조 사장은 지난 2013년 HA본부장으로 승진한 이후, 지난해 H&A사업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올해는 LG전자 공조사업의 핵심인 ‘퓨리케어’의 총괄도 맡았으며 이번에는 대표이사까지 맡게 됐다.
새롭게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준호 사장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부진한 휴대폰 사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사업에 대한 권한과 의무를 모두 쥐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표 선임을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공략 방안이 파격적이게 바뀔 것이란 기대도 있다. 조 사장은 LG그룹 사장 역임때도 전략통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업·마케팅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전자의 사업부문별 각자 대표 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3년 권오현 부회장 1인 대표 체제에서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사업부문이 복잡해지면서 대표이사 한 명으로는 효율적 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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