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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통신방송 대전망①] CJ헬로비전 M&A…방통시장 지각변동

채수웅

성숙기 터널을 지나고 있는 통신방송 업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서비스 결합을 넘어 1위 기업간 물리적 결합이 추진되고 있고, 포화된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16년 통신방송 시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등 굵직한 이슈들이 예고돼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신년기획을 통해 2016년 통신방송 시장의 주요 이슈를 미리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16년 통신방송 업계의 최대 이슈로는 단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꼽을 수 있다. 오랜만의 통신방송사간 대형 M&A를 떠나서 통신사업자의 첫 번째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의 인수, 전국방송 IPTV와 지역방송 케이블TV간 결합, 통신방송 시장경쟁구도 변화 측면에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4월까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SK텔레콤의 계획이다. 이 기간 중 마무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인가작업이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가능하지만 무한정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수합병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는 경쟁사의 반대, 인수합병에 대한 전망이 서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다고 해도 초고속인터넷이나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위는 여전히 KT에 이은 2위다. 여기에 통신방송 기업 간 결합은 글로벌 추세다. SK텔레콤은 협소한 내수시장에서만 경쟁 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장동력을 상실한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통신사 인수에 반대하지 않는다. 때문에 SK텔레콤 등 인수합병을 찬성하는 진영은 정부가 쓸데없이 인가를 지연시킬 것이 아니라 적시에 승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KT, LG유플러스 등 반대진영은 경쟁제한성, 유료방송시장 황폐화, 방송공공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동통신의 지배력이 방송으로 전이되고 결국 유료방송의 균형발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러 이유를 들지만 경쟁사들은 SK의 유선 및 결합상품 경쟁력 확대가 부담스럽다.

◆유료방송 판도 변화…KT-SKT 양강체제 구축되나=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성공하면 유료방송 415만, 초고속인터넷 240만, 알뜰폰 85만 가입자를 한 번에 품에 안게 된다. 이럴 경우 합병법인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750만으로 1위 KT그룹(843만)을 추격할 수 있게 된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역시 587만으로 늘어난다. 829만의 KT에 비해 아직 갈길이 멀지만 과거에 비하면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 또한 SK텔레콤은 이동통신이 강하다. 향후 결합상품 시장에서 이동통신의 중요도가 높아진다는 가정하에 KT와 SK간 양강체제가 구축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동전화를 앞세운 SK와 유선의 절대강자 KT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달리 말하면 LG유플러스와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생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유선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결합상품 시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쇄 인수합병?…케이블TV, 무너질까 반전카드 만들까=이번 인수합병에 가장 당혹해 하는 진영은 바로 케이블TV 업계다. 끝까지 남아 통신사와 경쟁할 것으로 보였던 CJ헬로비전이 가장 먼저 매각되는 신세가 됐다. CJ는 유료방송 2위, 알뜰폰 1위, 지상파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방송콘텐츠 회사 CJ E&M도 갖고 있다. 그런 CJ가 플랫폼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올해 연쇄적 M&A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입자당 100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케이블TV 업계는 CJ헬로비전의 매각가격을 보고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당장 매물로 나온 씨앤앰의 가격조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문제는 다른 케이블TV의 연쇄적 M&A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합상품 경쟁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이 없는 케이블TV 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M&A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규모가 큰 종합유선방송(SO)은 물론, 규모가 작은 개별SO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물론, 티브로드나 현대HCN 등이 규모를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모바일이 문제다. 정부가 방송통신결합상품 제도를 케이블TV에 유리하게 손을 대지 않는 한 케이블TV 고전은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범 케이블 연합체 뜰까=케이블TV와 함께 곤경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자는 통신 3위 LG유플러스다. LTE 시대 반전기회를 만들고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케이블TV보다 상황은 나아보이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를 인수하거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LG유플러스와 범 케이블TV 진영간의 연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유플러스와 케이블TV는 생존하기 위해 그 어떤 경우의 수도 검토할 수 밖에 없다. 유료방송의 점유율은 KT진영이 29%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SK진영이 26%로 상승하게 된다. LG는 점유율이 8% 밖에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앞으로 펼쳐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독자생존도 가능하겠지만 현재에서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올해 LG유플러스와 케이블TV 업계가 어떤 카드로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가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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