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사라진 동업자 정신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새해부터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방송간 분쟁으로 시끄럽다.

이들의 갈등이 하루이틀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협상 차원의 줄다리기가 아닌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새해 벽두부터 케이블TV에 유·무료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을 끊었다. 양측의 VOD 대가 협상이 불발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양측의 협상내용을 살펴보면 단순한 협상불발이 아니라 '이참에 손을 확실히 봐주겠다'와 '두고보자'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보다는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다름 아닌 시청자다. 시청자의 불편을 생각한다면 공급중단, 서비스 중단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 지상파나 유료방송이나 시청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집단들이다.

그래서 양보하고 큰 틀에서의 타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케이블TV 업계는 개별SO에 대한 VOD 공급중단을 제외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지상파와 개별SO간 갈등은 법적인 해결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가 VOD 공급을 중단할 명분은 떨어진다.

가뜩이나 케이블TV는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건으로 뒤숭숭하다. 가입자 이탈에 사양산업이라는 시선도 이겨내야 한다. 지상파는 인수합병건과 관련 토론회에서 케이블TV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왜인가. 케이블TV가 사라지고 유료방송이 IPTV 3사로 재편되면 지상파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케이블의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지상파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도 나름 억울한 면이 있다. 개별SO들은 소송에서 지상파가 원해서 VOD를 송출하고 있다는 식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지 않으면 끊으라는 것이 지상파 입장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전체 진영간 협상과는 별개의 건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이들 싸움이 집안싸움으로 번져서는 안된다.

케이블TV는 악에 바친 모습이다. 최정우 케이블TV VOD 대표는 “치욕과 굴욕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상파 하는 일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래서는 방송산업이 제대로 성장할리 만무하다.

콘텐츠와 플랫폼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존재한다. 한쪽만 있어서는 성장할 수 없다. 지금까지 서로의 단점과 강점을 십분 활용해 성장해왔다. 케이블TV가 없었다면 아날로그 방송시절 시청자들은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리며 시청에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케이블TV도 지상파 콘텐츠를 앞세워 많은 가입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랜기간 동업자였던 지상파와 케이블이 궁극의 가치인 시청자 이익을 저해하면서까지 자존심 싸움을 할 이유는 적어보인다. 단기간의 이익, 잠깐의 속상함은 접어두고 시청자의 이익과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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