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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공정위 M&A 심사…방송통신 시장 멈춰섰다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첫 번째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기약 없이 늘어지면서 M&A 당사자인 SK와 CJ는 물론, 전체 방송통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총선 이후에는 심사보고서가 기업에 전달되고 이후 전체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선 인수합병 대상자인 CJ헬로비전의 경우 주요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심사가 길어지면서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반 년째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지분 인수 결의 이후 벌써 6개월이 흘렀다. M&A를 전제로 투자 및 고용 등의 전략을 세웠는데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이 약속한 네트워크 및 콘텐츠 투자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서 CJ헬로비전이 단독으로 주요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신입 및 경력직원 채용계획도 모두 올스톱 된 것으로 전해졌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심사와 관련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직원들도 걱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며 “총선이 끝나면 일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다보니 불안감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단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신업계, 나아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3사 모두 M&A 관련 업무는 중단된 상태다. 한 통신사는 공정위에 추가적인 자료를 제출하려 했으나 필요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자료수집 및 분석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얘기다. 대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CR쪽도 손을 놓기는 매한가지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KT와 LG유플러스가 공세를 펼치고 SK텔레콤이 방어하는 형국이었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공방이 없다. 그야말로 공정위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 통신사의 임원은 M&A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 열리는 주파수 경매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지만 심사가 지연되며 다시 경매에 참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상반기는 이미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고 20대 국회가 열리면 정치권에서 개입할 수도 있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만 파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해 “공정위 입장이나 심사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다”, “심사기간이 역대 최장기간을 넘어선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만 일관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경쟁제한성을 판단함에 있어 소신껏 결론을 내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수록 공정위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위 심사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일정도 가늠하기 힘들게 됐고, 방송통신 시장에 대한 불투명성도 커지고 있다.

인가조건이 붙어서 허가가 되거나 또는 불허가 되면 시장은 거기에 맞게 반응하게 된다. 현재 방송통신 시장은 찬성, 반대 진영으로 나눠 6개월째 공방만 펼칠 뿐 방송통신 시장은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합병법인의 움직임에 따라 KT나 LG유플러스가 대응할 수 있고, 투자 역시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SK텔레콤이 약속한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며 투자를 바라보고만 있던 콘텐츠나 네트워크 중소업체들도 영향권 안에 들어갔다. 반대로 불허가 나면 SK나 CJ 그리고 KT, LG도 저마다의 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체질개선을 추진 중인 케이블TV 역시 이번 M&A 결과가 중요하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적게는 CJ헬로비전만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인수합병 결과를 알 수 없으니 큰 틀에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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