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GPU 넘보는 ‘中 반도체 굴기’…이매지네이션 지분 인수 의미는?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이매지네이션테크놀로지(이하 이매지네이션) 지분 3%를 확보했다. 이매지네이션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자산(IP) 업체로 지난 2012년에는 밉스(MIPS)를 전격 인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IP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RM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된 실적부진과 쪼그라드는 시장점유율로 인해 호세인 야세이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사임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10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이매지네이션의 지분 3%(837만주)를 인수했다고 전했다. 이매지네이션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쓰이는 ‘A’ 시리즈 AP에 100% 적용되어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 갤럭시S4 등에, LG전자의 경우 스마트TV용 AP에 이매지네이션 GPU를 사용한바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이매지네이션 지분으로는 당장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애플만 하더라도 지분의 10%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매지네이션 인수합병(M&A)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또 다른 대주주인 인텔뿐 아니라 이매지네이션 GPU를 사용하는 고객사가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ARM의 M&A가 어려운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일부 지분을 확보할 수는 있으나 경영권에 영향을 끼칠 수 없고 다른 대주주가 충분히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형태다.

문제는 이매지네이션의 현재 상태다. 파워VR로 대표되는 이매지네이션의 대표 GPU는 ARM의 ‘말리’ GPU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20%대로 쪼그러들었다. ARM과 마찬가지로 라이선스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이매지네이션 입장에서 고객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위기 요소다. 밉스를 인수한 것도 ARM 코어텍스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를 견제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미 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ARM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칭화유니그룹은 이매지네이션에게 있어 중요한 사업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가 파워VR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준다면 수익구조가 탄탄해진다.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중국 스마트 기기 업체가 계속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므로 이매지네이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ARM 코어텍스와 함께 말리 GPU를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요소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이다. 밉스는 엄밀히 말하면 모바일보다는 네트워크나 서버 등에 더 어울린다. ARM과 달리 저전력보다는 성능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스마트 기기보다는 IT의 근간이 되는 엔터프라이즈쪽에 더 관심이 많다. HP의 중국 네트워크·서버 회사 H3C의 M&A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호세이 야스이 CEO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명백한 사실을 말하자면 밉스 아키텍처는 같은 미세공정이라면 ARM 아키텍처보다 60~65% 더 성능이 높으면서도 10~20% 전력소비량이 낮다”며 “또한 64비트도 ARM은 이제 시작이지만 밉스는 오래전부터 이를 지원했다”고 강조한바 있다.

정리하면 이번 칭화유니그룹의 이매지네이션 지분 확보는 M&A보다는 원천기술과 영향력 확대를 통해 시장 공략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지분 구조를 봤을 때 M&A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매지네이션이 실적악화에 빠져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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