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한류(韓流)가 한류(漢流) 될라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문화산업은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큰 파급효과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요인이 드라마 성공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사전제작'이 아닐까 싶다. 사전제작은 쪽대본, 실시간 제작이 당연시 되는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드라마 사전제작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제작 전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태양의 후예'의 결과를 미리 예측했다면 제작사는 아마도 몰입을 방해하는 과도한 PPL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에 넘기는 판권도 수십배는 더 불렀을 것이다.

방송사, 제작사 입장에서 최고의 가치는 시청률이지만 난다긴다하는 방송전문가들도 콘텐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태양의 후예'조차도 지상파 방송사 간택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태양의 후예' 이전 '시그널'도 지상파로부터 외면 받고 tvN에 힘들게 둥지를 틀 수 있었다.

무거운 메시지가 담긴 수사물은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으로 생각됐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오랜 시간 공들인 작품에 찬사를 보냈다. 지상파 예능국 출신인 신원호 PD가 만든 드라마 '응답하라'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만약 신PD가 지상파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드라마를 총괄할 수 있었을까?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대박'은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의 척박한 콘텐츠 환경, 축소되는 방송광고 시장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 미디어 시장도 새로운 실험과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SK가 발표한 3200억원 펀드조성은 그래서 기대가 더 크다. 50개 타이틀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드라마나 시청률이 떨어지더라도 꼭 필요한 다큐멘터리나 여러 공익적인 콘텐츠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미디어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펀드는 언제 운용될지 알 수 없다. 이 약속은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을 전제로 했는데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는 함흥차사다. 일부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해서인지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만 펴고 있다.

자칫 이 마중물이 사라지게 되면 그 자리를 이웃 중국이 차지할지도 모를 일이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로 한국 콘텐츠의 위력을 확인한 중국자본은 이미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유명 PD들이나 연예인들은 좋은 환경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고 있다. 자칫 한류(韓流)가 한류(漢流)로 둔갑할 수도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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