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여신시스템 권위자....그가 보낸 ‘감귤 박스’
[인터뷰] 김종현 전 누리솔루션 대표
“일주일에 한 번씩 (신장)투석하는게 좀 불편하기하지만 그래도 요즘 아주 재미있게 지냅니다.”
‘생각보다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라는 안부 인사에 김종현 전 누리솔루션 대표(사진)는 “홀가분하다”며 여유로운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김 전 대표를 지난 13일 오후, 서울 방배동 자택 근처에서 만났다. 김 전 대표는 국내 금융권 여신관리시스템 분야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전문가다.
하지만 건강문제로 지난해 말 현업에서 물러났다. 그를 아는 금융IT 업계의 지인들은 그의 건강을 내 일처럼 걱정했다.
그러던 차에 최근 지인들은 김 전 대표로부터 반가운(?) 감귤 1박스를 배달 받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귤을 보낸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제주도 서귀포 출신. 연례행사처럼 십여년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지인들에게 제주 감귤을 보내왔다.
그런데 올해 배달된 감귤는 어느해보다 그 의미가 좀 남달랐다. 지인들은 그가 대표직을 사임한데다 건강도 안좋은데 주변을 챙길 정신적인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런데 감귤 박스를 통해 그가 안녕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인터뷰 첫 마디도 역시 감귤이 주제였다.
‘겨울이 아니라 봄에 보냈고, 품종도 예전과 다른 것 같다’고 했더니 김 대표는 “작은 아버님이 제주도에서 감귤 농장을 하신다. 새롭게 개발한 품종인데 수확시기가 4~5월이라 그렇다”며 “맛을 본 분들이 반응이 좋다고 하신다”고 웃었다.
김 전 대표는 “예전에는 바빠서 생각을 못했는데 감귤 농사에 도움이 되는 재배관리시스템을 만들어 작은 아버님께 선물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천이 아니라 비닐 하우스 속에서 재배되는 이 품종은 적정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기가 매우 까다롭기때문에 자동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IT에서 손을 놓고 있지만 그의 앵글은 여전히 IT에 맞춰져 있음을 숨길수는 없었다.
다소 넉넉한 점심을 겸한 인터뷰 시간 동안 김 전 대표는 여러가지 주제로 많은 얘기들을 쏟아 냈다. 금융IT 현안과 관련한 얘기가 물론 대부분이다.
김 전 대표는 현직에 있을때는 다소 조심스럽고 민감한 얘기들도 자유롭게,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동안 금융 IT사업을 진행하면서 IT업체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일 또는 리스크 관리가 쉽지않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현직을 떠난 지금에도 아파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금융 차세대시스템 시장에서 금융 IT인력이 크게 부족해진 현상에 대해서는 “결국 발주자가 제값을 쳐주지 않은 관행이 이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이제는 금융회사 스스로 대규모 SI(시스템통합)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갖출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단기간에 그러한 능력을 갖추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대표는 과거 자신이 누리솔루션의 오너십을 가졌을때와 이후 삼성SDS로의 매각이후 전문경영인으로써 입장이 바뀌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오너십을 가졌을때는 별로 개의치 않았던 문제들이 전문경영인의 입장에선 매우 곤혹스러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수행보다 리스크관리가 더 중요하기때문에 어떨때는 사업을 수주하는 게 오히려 겁이 날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지금도 국내 중견 IT업체들의 프로젝트 리스크관리는 가장 현실적인 현안으로 꼽힌다.
요즘 그는 일주일에 1번꼴로 요즘 서울과 제주를 오간다. 오래전부터 고향인 제주도에서 계획했었던 일들을 하나 둘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김 전 대표는 “막상 일을 내려놓을 때는 일종의 금단현상이 찾아왔는데, 이후 우연히 아는 지인으로부터 '프리미엄 까페' 사업 모델 얘기를 듣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이것 저것 하고싶은 일들이 많아졌고, 지금은 예전과 같은 활력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으며 좋겠다”는 덕담을 건네고 자리를 일어섰다.
장기신용은행 출신의 김 전 대표는 2000년 초, 누리솔루션을 설립하고 이후 10여년 동안 국내 여신종합관리시스템 시장및 컴플라이언스 시장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 금융인 출신 IT업체중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여신관리시스템 분야에서 순항하던 누리솔루션은 지난 2011~12년 금융 차세대시스템 프레임워크 분야로 시장을 넓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차세대시스템 첫 고객사였던 제일저축은행이 퇴출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투입됐던 프로젝트도 공중분해되면서 현금흐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12년4월, 누리솔루션은 삼성SDS에 매각됐다. 그러나 삼성SDS도 이듬해 금융IT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이후 누리솔루션은 다시 대우정보시스템으로 매각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3~4년 동안 누리솔루션에도 변화가 많았다. 누리솔루션 기존 멤버들중 일부는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 또 일부는 나가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여신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위드정보는 누리솔루션 출신의 김흥수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여전히 과거 누리솔루션 식구들과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 비대면채널시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대출 시장에 금융권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신종합관리시스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 추세다.
국내 최고 여신시스템 전문가가의 건강한 귀환을 기대해 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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