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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금융 레거시시스템 혁신 첨병될까?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금융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IT기술 중 하나는 바로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블록체인은 이제 금융권의 디지털뱅킹 전환에 필수 요소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기존 내부업무는 물론 금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적용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 및 서비스 적용은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가 중심이 되는 미국 유럽 일본의 42개 대형은행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기관 간 거래에 대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KEB하나은행이 지난 4월, 신한은행이 6월 R3 CEV에 가입하는 등 국내 은행들의 참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밖에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도 기업 회계감사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방안을 연구 중이며 미국 나스닥(NASDAQ) 거래소가 ‘사적 시장(Private Market)’ 거래에 대한 블록체인 장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금융사들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들의 ‘R3CEV’ 참여를 비롯해 국내 증권사 등 자본시장 업계까지 블록체인에 대한 대응 속도는 눈이 부실정도다.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실명확인 증빙자료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비대면실명확인 증빙자료 보관’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KB국민카드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새로운 본인인증서비스를 개발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핀테크 기업인 코인플러그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국은행도 디지털통화・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이 지급결제시스템 및 금융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 금융기관 및 관련업계와 공동연구를 올해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업계에선 한국거래소(KRX)가 9월까지 블록체인에 대한 국내외 사례조사와 기술검토 등을 거쳐 사업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코스콤도 블록체인을 자본시장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하는 등 국내 금융 전반에 걸쳐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권의 기존 ‘레거시(Legacy)’ 시스템에 묶여 있던 IT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금융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간에서 흔들 만큼 파괴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을 파괴하고 새로운 직거래형태의 금융서비스 모델들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성과 투명성의 가치를 낮은 비용과 참신성을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오픈 소스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영역으로의 확장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경우 블록체인이 기존 서비스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송금업무의 경우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핀테크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와 편의성을 무기로 삼고 있다.

블록체인이 가지는 분산장부 기능을 통해 해외간 송금 시 본인임을 인증해 기존 스위프트(Swift)와 같은 글로벌 해외금융망을 이용하지 않고도 해외송금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 화폐전환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 없어 환전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사들의 비용 절감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사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비용대비 효과적인 인증 기술 및 서비스 신뢰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기존 금융사들이 그동안의 업무 프로세스를 벗어나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편제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도입으로 인한 ‘비용 절감’과 ‘서비스 주도권’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금융사들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신재룡 상무는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 거래소에는 ‘기회’다. 거래소가 1년에 1000억원에 가까운 IT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그중 9%가 보안에 소요된다는 점에서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다”며 “다만 위기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은 P2P 기술이다 보니 공인된 3자 역할이 없어져 극단적으로 우리 거래소의 필요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은행 IT부서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경쟁’보다는 ‘상생’, ‘배척’보다는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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