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선화 KISTI 원장 “슈퍼컴 활용 저변 확대”…오픈 사이언스 가속화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슈퍼컴 5호기는 기존보다 70배 더 빨라지며 나노, 과학, 바이오, 항공과 같은 분야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도 필수적이므로 고성능 컴퓨팅(HPC)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사진>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핵심 키워드인 4차 산업혁명으로 데이터 처리의 가속화를 부채질하고 있어 슈퍼컴퓨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슈퍼컴 5호기는 약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2017년말 도입할 예정이다. 이만한 예산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접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예컨대 한 가지 방안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 구글 AI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바둑 9단과의 대결에서도 176개가 쓰였다. 알파고가 수를 둘 때 최상의 착점을 찾아내는 정책망과 승률이 높은 착점을 찾는 가치망이라는 ‘딥러닝’ 기술의 구현에 필수적이다.

알파고에는 엔비디아 GPU가 쓰였고, ‘DGX-1’이라 부르는 별도의 딥러닝 전용 슈퍼컴퓨터를 선보이는 원동력이 됐다. 슈퍼컴 5호기가 HPC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는 사용된다는 것은 병렬연산을 한층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 원장은 “AI나 빅데이터 분석과 같이 IT 전문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일부 재원은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 이용자가 다양한 용도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슈퍼컴 5호기가 보다 원활하게 이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KISTI는 인력구조를 한층 견고히 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신규로 개설하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연구개발(R&D)에 관한 신규예산을 올해부터 반영한 바 있다. 일종의 경험적 자산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덕분에 현재 운용중인 슈퍼컴 4호기만 하더라도 100여년전 아인슈타인이 주장했던 ‘중력파’를 최초로 검출한 라이고(LIGO·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에 힘을 보탰다. 실험에 참석한 한국인 14명 가운데 4명이 KISTI 소속이었다. 더불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럽입자연구소(CERN) 티어1 센터로 올라섰으며 기술기반(TOD), 거래기반(VCN) 등 시스템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기업 지원해 신사업 기회는 물론 신규 거래처 발굴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부적 역량 강화, 성장 잠재력 제고를 통한 제2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 원장은 “연구원의 해외 훈련과 함께 제도적으로 한 단계 도약해서 보다 큰일을 하는 시야가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카이스트(KAIST)와 인문학 교류, 과학정책 과정과 같이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밑바탕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컴퓨팅과 데이터가 필수=알파고 이슈를 통해 슈퍼컴퓨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KISTI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이전까지의 슈퍼컴퓨터 역할이 단순히 컴퓨팅 파워의 제공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데이터 자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컴퓨터가 읽고 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빅데이터이며 기초 데이터에 대한 R&D와 공유가 이뤄졌기 때문에 힉스입자나 라이고와 같은 업적을 이룩할 수 있었다”며 한 원장은 구체적 사례를 언급했다.

그래서 준비된 것이 ‘오픈 사이언스’다. 쉽게 말해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떠올리면 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외부 전문가의 모창 과제 참여, 개방형 직위 공모)이 아이디어와 사람이라면 오픈 사이언스는 지식의 공유, 그러니까 과학계의 공유경제라고 부를 수 있겠다. 기술적 접근보다는 철학적 개념이다.

한 원장은 “결국 4차 산업혁명은 컴퓨팅과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AI가 오래전 개념적으로 나왔다가 사그라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데이터가 있지만 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충분치 않았는데 이제 시기(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슈퍼컴 5호기의 기본적인 맥락도 여기서 출발한다고 봐야 한다. 컴퓨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고 고성능 컴퓨팅(HPC)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CPU와 GPU의 결합, 오픈 이노베이션·사이언스는 KISTI가 슈퍼컴퓨터를 운용하는데 있어 주목해야할 부분 가운데 하나다.

한 원장은 “AI가 부침을 겪다가 다시 부활한 것은 컴퓨팅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도움이 필수였으며 이 둘 모두 KISTI의 강점인 영역”이라며 “국가적 과학기술 데이터센터, 데이터 활용한 빅데이터 산업의 원료, 슈퍼컴퓨터 개발 능력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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