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위기 극복하려면?…정책배려 자체투자 확대 동반돼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9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서 '유료방송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료방송산업 정상화가 화두였지만 토론회 발표자 및 패널 대부분은 케이블TV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유료방송 시장의 맏형이지만 쇠락의 길에 접어든 케이블TV의 미래모습에 따라 전체 유료방송, 방송콘텐츠 시장의 그림이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저가수신료 고착화 문제 해결, 합리적 콘텐츠 대가산정,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비롯해 디지털전환 등 케이블TV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한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정상화도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케이블TV 위기에 대해 "저가 수신료 문제도 있지만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소홀한 측면도 있었다"며 "수신료 구조 해결이나 투자가 같이 이뤄져야 케이블TV를 둘러싼 악순환 구조를 깰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경쟁환경 조성 시급…케이블TV 퇴출 우려 커져=IPTV 등장 이후 케이블TV 가입자는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 가입자 이탈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국내 유료방송사의 채널, 콘텐츠, 가격 등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IPTV로 가입자가 쏠리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유무선 결합상품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모바일이 없는 케이블 사업자와 IPTV 사업자간 경쟁은 근본적으로 불공정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결합상품은 케이블과 통신사간 경쟁에서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라며 "실질적으로 케이블TV를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도 "MVNO를 활성화 하거나 케이블 업계가 제4이통 등을 통해 모바일 결합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매체균형 발전에서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과도한 할인을 못하게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만큼, 시장에서 공정경쟁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케이블과 지상파가 연대해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케이블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사업자 입장에서 MVNO를 추진했는데 이통사 자회사들이 MVNO를 하고 있다"며 "모바일 지배력 전이에 대해서 시간적으로 유예해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심은 디지털…아날로그 순차종료해야=아날로그 방송의 종료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케이블TV 가입자의 절반 가까이인 680만이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다. 저가 요금제에 VOD나 양방향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할 수가 없다보니 태생이 디지털인 IPTV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발제를 맡은 이재호 교수는 아날로그 종료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그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범지역 테스트 후 필요할 경우 정부가 지원해 순차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민 교수 역시 "정부가 일정기간을 정해서 순차적으로 디지털전환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종관 전문위원도 "아날로그 종료를 재승인 조건으로 달았으면 좋겠다"며 "그 반대급부로 8VSB처럼 과도기적 디지털 상품에 지원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이 정책 골든타임…지체하면 유료방송 불균형 심각=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전문위원은 정부의 조속한 정책개입을 주문했다.
이 전문위원은 "1년에 가입자 100만 가량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현재 나와 있는 동등결합 등 정책에 대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면서 "타이밍과 추진력, 속도가 중요한 만큼 정책 집행이 늦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문위원은 통신시장서 적용됐던 유효경쟁정책을 방송시장에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가격경쟁, 결합경쟁 하다보면 결국 자본력, 상품라인업이 많은 곳이 승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방송에서 공정경쟁을 얘기하지만 유효경쟁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는지를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케이블 사업자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잘나갈 때 미래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준호 교수는 "케이블 입장에선 여러 비대칭 규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작 제일 먼저 비판받아야 할 곳은 케이블 사업자들"이라며 "독점적 지위에 안주해 투자,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참석자들은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가입자당대가(CPS) 협상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중간단계 서비스로 도입된 8VSB에도 CPS를 도입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보았다.
미래부 손지윤 과장은 "연구반 운영을 통해 케이블 뿐 아니라 전체 유료방송 생태계 차원에서 정책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핵심은 시청자의 편익이 후퇴하지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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