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갤노트7 사실상 단종…부품 및 유통 생태계 ‘생존 위기’

윤상호
- 부품업계, “300만대분 갈 곳 잃어”…유통업계, “판매수당 및 추가업무 보상 필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발화 사고 재발을 막지 못해서다. 갤럭시노트7은 사실상 끝이다. 삼성전자는 리콜과 기회비용 등 수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와 삼성전자 제품을 파는 유통사도 위기다. 이들에겐 갤럭시노트7 단종은 ‘천재지변’이다. 이들도 삼성전자 못지않은 손실을 떠안게 됐다. 부품과 유통 생태계는 삼성전자보다 체력이 약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소비자뿐 아니라 생태계를 위한 대책도 세워야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갤럭시노트7 소손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을 조절했으나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국내 갤럭시노트7 판매 분에 대해 오는 13일부터 12월31일까지 환불 및 다른 폰으로 교체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구매처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오픈마켓 등에서 구입한 제품은 개통처에 문의하면 된다.

◆삼성전자, 국내 갤노트7 13일부터 ‘환불’=갤럭시노트7은 지난 8월 출시했다. 한국 미국 중국 등 11개국에서 판매했다. 8월 출고 제품의 발화 사고가 연이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가 만든 배터리 불량을 원인으로 꼽았다. 배터리 제조사를 교체해 새 제품을 만들었다. 9월 판매를 중단하고 새로 만든 제품으로 교환을 진행했다. 10월 들어 한국은 판매를 재개했다. 미국도 재판매를 앞두고 있었다. 유럽 등 출시 국가 확대도 예정했다. 하지만 9월 생산분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각국 관련기관이 원인파악에 들어갔다. 사용중단 권고가 이어졌다. 또 다시 갤럭시노트7은 판매 생산을 중단했다.

갤노트7용 부품, 다른 제품으로 돌리기 쉽지 않아=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갤럭시노트7은 단종 수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주력 고가폰 없이 4분기를 맞아야 한다. 4분기는 휴대폰 최대 성수기다. 제품 불량과 교환에 들어간 비용뿐 아니라 최소 내년 1분기까지 기회손실을 입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제품 관련 손실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허공에 뜬 마케팅비와 브랜드 가치 하락 등 부수비용은 따지지 않은 액수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피해는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갤럭시노트7 부품 생태계 전체의 위기다.

◆갤노트7용 부품, 타 제품 전용 쉽지 않아=스마트폰은 출시 3~6개월 전부터 부품 공급에 들어간다. 출시 직후 3개월 동안이 부품 공급 성수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거래 관행은 매달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고 다음달 물량에 대한 언질을 주는 형태다. 부품업체는 이 추이를 보며 원자재 등 생산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공장을 돌려 가이드를 줬던 물량을 미리 준비한다. 이 톱니바퀴는 1차 2차 3차 4차 5차 협력사까지 물려 돌아간다.

지금까지 갤럭시노트7 생산량은 500만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8월까지 생산한 250만대와 이를 교환하기 위해 생산한 물량 및 재판매용, 중국 출시 물량 및 유럽 등 추가 출시 물량을 따져보면 그렇다. 부품업체는 8월까지 250만대분 10월까지 250만대분의 부품을 건넸다. 최소 300만대분의 부품이 부품업체의 창고에 더 있는 셈이다. 휴대폰은 부품이 규격화 돼 있지 않아 다른 제품용으로 돌리기 쉽지 않다. 대부분 손실로 처리해야한다.

부품사 관계자는 “그동안 흐름을 감안하면 업계에 300만대 이상 갤럭시노트7용 부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라며 “삼성전자가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부품사 관계자는 “1차 협력사야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2차 3차 4차 밑으로 내려갈수록 이 돈을 수금하지 못하면 쓰러지는 회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문제 차차 검토’=유통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휴대폰은 대부분 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나간다. 제조사별 차이는 있지만 판매량과 판매제품에 따라 일정액의 수당을 전달한다. 갤럭시노트7은 아직 이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9월 한 달 판매 중단과 교환 탓에 허비한 시간도 돈이다.

삼성전자가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아직 여기까지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은 우선 소비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협력사 등의 문제는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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