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상현실(VR) 게임, 가? 말아? 커지는 온도차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에 가상현실(VR) 게임 시장이 열렸다. 소니의 비디오게임 기기 플레이스테이션(PS) VR이 지난 13일 정식 발매된 것이다. 발매 당일 물량이 동난 판매점이 보인다. 관련 커뮤니티엔 PS VR 재고가 있는 판매점 위치를 공유하거나 직접 VR 게임을 즐긴 소감을 올리는 게시글로 분주하다.
이처럼 게임 이용자층에선 VR 게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전까지 VR 영상을 보는 것에만 그쳤다면 이제 게임 속 캐릭터, 배경 등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에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PS VR에 쏠리는 관심은 여타 VR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기기)에 비해 국내 발매가 빨랐던 덕분이기도 하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VR 게임 환경을 갖출 수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PS4 기기와 PS VR은 갖추는데 총 100만원 정도가 든다. PC기반 VR 게임 환경을 갖추려면 오큘러스나 바이브 등 VR 기기에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갖춘 PC까지 합쳐 2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열혈 게이머라도 VR을 위해 이 정도의 돈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가격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분명 존재한다. 이는 몇몇 업체를 제외한 국내 게임업계가 VR 게임 시장에 미적지근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업계에서 아직도 VR 시장 진입과 관련해 ‘가? 말아?’하는 고민에 휩싸인 가운데 국외에선 이미 다양한 VR 게임이 출시되는 등 시장이 빠르게 돌아가는 중이다.
VR게임 개발도구인 언리얼엔진 회사인 에픽게임스는 “언리얼엔진으로 만든 VR 게임 40종을 선별해 트레일러(영상)를 만드는 중”이라며 “다양한 장르의 고품질 VR 게임들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에픽게임스가 내년 1분기에 내놓을 VR게임 ‘로보 리콜’와 관련해선 호평이 들린다. 고품질의 3D그래픽을 갖추고 극대화된 VR게임의 체험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시선을 끌고 있다. VR 게임의 난제인 어지럼증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내 이동 시 텔레포트(순간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앞서 시연에 참여해 직접 즐겨본 이 회사의 VR 게임 ‘불릿트레인’의 경우 충격적인 VR 경험을 안겨줬다. 로보 리콜이 그보다 더 발전된 게임이라고 하니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로보 리콜은 100% 무료 게임으로 출시된다. 엔진 업체의 VR 레퍼런스(참고가 되는) 게임이 여타 상용 게임을 위협할 정도로 고품질인 까닭에 ‘유료 게임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웃지 못 할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비(非)게임 분야를 포함한 국내 VR 업계에 상당 규모의 중국 자본이 들어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으로 서울 시내에 VR 테마파크를 지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부지 선정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해 중국의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에선 현지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VR 기기와 콘텐츠가 대거 출품됐다. 이미 현지에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중국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것은 물론 서울 시내에 테마파크를 지으려는 움직임 역시 이상할 것이 없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앞선 성공 사례를 보고 빨리 쫓아가겠다는 ‘패스트 팔로우’ 전략이 중국 업체를 상대로 통할지 의문이다. 투자 적기를 놓친다면 시장 잠식은 시간문제일 듯싶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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