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유니버스’ 출사표…국산 온라인게임 잔혹사 고리 끊나
- 개발사 씨웨이브소프트 신용 PD, 김범 AD 인터뷰
- 넥슨, ‘하이퍼유니버스’ 22일 출시…16일부터 사전오픈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몇 년간 국산 온라인게임의 잔혹사가 되풀이됐다. 성공했다고 볼 만한 신작이 한손에 꼽힐 정도다.
그 사이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 외산 게임 2종이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두 게임에 PC방 점유율 절반 이상을 빼앗기고 나머지 시장을 두고 수백 종의 국산 게임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국내 업체들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개발 소식마저 뜸한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오는 22일 넥슨이 ‘하이퍼유니버스’(hu.nexon.com)를 출시(OBT)한다. 씨웨이브소프트(대표 채은도)가 3년간 개발한 게임이다. 이 회사는 하이퍼유니버스에 올인했다. 대다수 개발사가 모바일게임으로 체제 전환을 거칠 때에 40여명 개발진들은 곁눈질 없이 뚝심을 유지했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씨웨이브소프트 사무실을 찾아 신용 프로덕트디렉터(PD)와 김범 아트디렉터(AD)를 만났다. 두 디렉터는 하이퍼유니버스 개발진을 이끌고 있는 핵심 멤버다.
신 PD는 “스타트업에서 처음부터 PC온라인게임을 한다는 것이 도전이었고 개발진도 고급 인력이 필요해서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쉽지 않았던 개발 과정을 떠올렸다. 이어서 그는 “국산 온라인게임도 잘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 열심히 개발했고 저희가 나름의 열정을 바쳤다”며 게임 완성도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이퍼유니버스는 화면 가로 방향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횡스크롤 방식의 팀대전(AOS)게임이다. 키보드 조작을 채택해 액션의 손맛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개발진은 기존 AOS 장르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됐던 게임 문법에 변화를 줬다. 모든 아군에 등등한 보상 기회를 제공해 비효율적인 막타(마지막 타격) 경쟁을 없앴고 비전투 상태를 10초 유지하면 체력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도 기존에 없던 변화다. 본진에 들르지 않고도 장비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적과 라인 대치 상태를 최소화해 초중반부터 정글(사냥터) 중심으로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게끔 개발한 것도 하이퍼유니버스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한 판당 보통 15~20분이 걸린다.
신 PD는 “조작감과 액션성이 핵심 특징이다. 게임의 속도감, 템포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지난 세 번의 테스트에서 지표상으로도 검증이 됐고 이 때문에 기획 상 큰 변화 없이 끝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신 PD는 게임 인공지능(AI)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정글 중심의 게임이라 AI를 강화했다”며 “다양한 조건에 가중치를 둬서 타워를 뺏길 때에도 AI가 적절한 취사선택을 하도록 했다. 유저들이 봤을 때 똑똑하게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AOS게임은 캐릭터가 부각되는 게임이다. 하이퍼유니버스 역시 캐릭터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출시 때 30종의 하이퍼(캐릭터)가 공개된다. 이 과정에서 마비노기영웅전(마영전) 아트 디렉터로 이름을 알린 김범 AD의 역할이 중요했다. 김 AD가 개발에 참여하면서 디자인만으로도 이 게임에 주목하는 이용자들이 있을 정도다.
김 AD는 공들인 캐릭터 디자인이 횡스크롤 배경과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그는 “횡스크롤 특성상 캐릭터가 겹치면서 뷰(시점)가 조잡하게 보일 수 있는데, 난전을 펼칠 때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캐릭터 동선에 밝게 조명을 주고 뒷배경을 어둡게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게이머들이 봤을 때 최적화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주얼을 뽑아냈다”고 말했다.
씨웨이브소프트는 각각 캐릭터의 관계 설정에도 주목했다. 하이퍼유니버스 출시 때 ‘이야기’ 시스템이 추가된다. 여러 개의 우주가 공존하는 다중(多重)우주의 하이퍼유니버스 세계관을 관통하는 거대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들의 숨겨진 설정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화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콘텐츠다. 기존 AOS게임에 없던 시스템이다.
신 PD는 “내로라하는 AOS게임들도 세계관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피하지 않고 스토리라인을 풀어냈다”며 “이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PD는 이용자 친화적인 수익모델(BM)을 약속했다. 그는 “‘페이 투 윈’(돈을 많이 쓸수록 승리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을 하면 안 된다는 그 약속을 지킨다”며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하이퍼나 장비 등은 게임 안에서 노력으로 얻을 수 있어 사실상 돈을 안 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신 PD는 “김범 AD가 장인정신을 가지고 치장성 상품(스킨)을 만들고 있어 이용자들이 지불해 주시지 않을까 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 김 AD는 “이용자들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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