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도 안되는 와이브로…사실상 퇴출수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한때 4세대 이동통신 표준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와이브로가 퇴출 수순을 밟아가는 모양새다. 적극적인 투자와 가입자 유치를 약속했던 사업자들은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상태고,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역시 손을 놓은지 오래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와이브로 가입자는 KT 55만8397명, SK텔레콤 8만595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말과 비교하면 KT는 26%, SK텔레콤은 30.5% 감소한 수치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 2012년 주파수를 재할당 받았다. 당시 KT와 SK텔레콤은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해 각각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2017년까지 와이브로 가입자 규모를 34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정부에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1년 뒤에는 340만은 커녕 34만명으로 감소할지도 모를 일이다.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느린 속도에 좁은 커버리지, 선택할 수 있는 단말기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들도 가입자 유치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초창기에는 와이브로 넷북, 와이브로폰, 다양한 동글 등을 내세우며 가입자 유치에 나섰지만 지금은 가입자 유치를 별다른 프로모션도 없고 네트워크 투자도 하지 않는다. SK텔레콤의 경우 아예 와이브로 단말기도 팔지 않는다.
오히려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 대신 LTE를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주는 LTE에그, T포켓파이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양사는 각각 약 20만 중반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는 지하철 와이파이 중계용에 불과하다. 이 역시 와이브로만의 단독투자로 보기는 어렵다. LTE 투자를 하면서 와이브로 중계기 등을 손보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지하철 와이파이 품질 역시 기대 이하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초고속와이파이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용도로 사용됨에도 불구 와이브로 트래픽은 계속해서 감소 추세다. 9월 와이브로 트래픽은 2871TB에 불과하다. 1년전과 비교하면 27%나 감소했다.
정부도 와이브로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와이브로팀이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방치상태다. 당시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을 하면서 투자 및 서비스지역 확대 계획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양사에 별다른 징계는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파수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사는 2012년 3월 2.3GHz 대역의 와이브로 주파수를 그대로 재할당 받았다. 7년간 이용대가는 KT 193억원(30MHz폭), SK텔레콤 173억원(27MHz폭)이다. 이용기간이 10년에 3MHz폭이 더 많기는 하지만 비슷한 대역인 2.6GHz(60MHz폭)은 올해 경매에서 1조2777억에 팔린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 영역을 확대해가는 LTE-TDD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주파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할당대가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업자가 스스로 반납하지 않는한 이번 이용기간까지는 이용하게 해준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수십만 이용자가 존재하고 표준화 경쟁에서 밀려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활성화 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주파수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2019년 3월 이후로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구경하기 어려워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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