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는 AI 삼매경…미래 먹거리 ‘낙점’
반도체 업계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VR)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는데다가 관련 산업을 확장시키는데 있어 적절한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가령 자율주행차만 하더라도 각종 센서에서 모아진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업체가 AI 경쟁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인텔과 엔비디아는 전사차원에서 AI 기업으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 상태다. 먼저 인텔은 AI 비전과 로드맵을 공개하고 기존 PC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능가하는 새로운 개념의 칩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은 AI의 복잡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앞으로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보다 폭넓은 기술이 필요하며 확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알고리즘이 점점 복잡해지고 필요한 데이터 세트도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인텔이 컴퓨팅 혁신을 주도할 자산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제온 파이 프로세서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의 역량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I 플랫폼인 너바나를 인수합병(M&A)한 상태이지만 텐서플로우, 카페 등의 AI API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최대한 극복하겠다는 것.
엔비디아도 인텔과 마찬가지로 AI 컴퓨팅 기업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장점인 대규모 병렬컴퓨팅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 전기차(EV)는 물론이도 구글 알파고 등에 GPU를 적용한 상태여서 칩 단위로만 보면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 아시아태평양(AP)지역 총괄 레이몬드 테(Raymond Teh) 부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플랫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개발자도구 등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며 세상을 바꾸는 AI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시스템온칩(SoC) 차원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5월 스냅드래곤 신경처리엔진(Neural Processing Engine)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선보인 바 있다. 일종의 ‘실리콘 뇌’라고 볼 수 있다. 스냅드래곤은 CPU와 GPU는 물론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등이 복합적으로 내장되어 있어 잘만 활용한다면 이기종컴퓨팅(헤테로지니어스)에 상당히 유리하다. 인지 컴퓨팅 플랫폼 ‘제로스’를 바탕으로 보안은 물론 로봇과 드론 등에서 접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비슷한 개념의 반도체를 SK하이닉스도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 재료업체 버슘머티리얼즈가 공동 참여한 ‘뉴로모픽(Neuromorphic, 뇌신경 모방)칩’이 대표적이다. 뉴로모픽칩은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를 기반으로 사람 뇌의 사고과정을 모방한 반도체다.
업계에서는 AI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이 예고된 상황에서 각 반도체 업계가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칩 개발은 물론 플랫폼과 SDK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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