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 배터리 ‘덜’ 쓰는 마법의 비결…친환경차 시장도 공략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단순히 인과율(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아니다. 중세시대 연금술사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돌덩이를 황금으로 바꿀 수 없었던 것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당연하지만 반도체 시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애플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도 수차례 언급했지만 배터리를 많이 넣으면 사용시간이 길어지는 대신에 무게와 두께가 불리해진다.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큰 목적이며 애플 하드웨어가 추구하는 철학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모든 요소가 같은데 부품 하나만 바꿔서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맥심인터그레이티드프로덕트(이하 맥심)가 그런 일을 하는 기업이다.
맥심은 고집적 아날로그 및 혼성신호 반도체를 전문으로 다룬다. 지난 2012년 사명을 ‘맥심 인터그레이티드(Maxim Integrated)’로 바꾸는 등 단품 판매가 아닌 통합을 통한 고집적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전력관리반도체(PMIC)이지만 이는 통합 능력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설계자산(IP)을 통합해 짧은 시간 안에 비용, 보드 공간, 전력소모량, 발열 등을 줄이는데 일가견이 있다.
맥심 한국 법인의 최헌정 사장<사진>을 만나 한국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PMIC 중요성 높다. 굳이 맥심 제품을 써야 하는 이유는.
▲ 당연히 성능이 좋아서다. 제한된 공간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 기기에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란 극히 어렵다. 맥심은 고유의 알고리즘으로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꿀 때 발생하는 ‘열’을 최소화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렸다.
- 최근 비즈니스 현황과 성과는.
▲ 오토모티브(자동차)와 인더스트리(산업) 부문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사업 부문 별 매출 비중은 컨슈머(모바일, 웨어러블 등) 30%, 산업 27%, 커뮤니케이션〮데이터센터 21%, 자동차 18%, 컴퓨팅이 4% 정도다.
-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에서 배터리 수명이 중요한 이유는?
▲ 스마트 및 커넥티드 제품 크기는 계속 작아지는 반면 기능과 성능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체온 측정, 인슐린 투입, 심박수 모니터링을 위한 의료용 패치는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스마트워치, 이어폰,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는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충전 후 장시간 작동해야 한다. 전기 계량기, 가스 탐지기, 빌딩 자동화 시스템 등 현장에서 쓰이는 수많은 센서의 경우 충전과 유지보수가 쉽지 않아 작동 시간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IoT 기기 대부분은 다양한 환경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배터리에 의존한다.
- 국내 자동차용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점유율이 압도적(거의 100%)이다.
▲ BMS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체적으로 안전하고 더 작고 가벼운 고성능 리튬이온 BMS를 구현하도록 돕는다. 경쟁 차량에 비해 더 안전하고 주행 거리를 넓힐 수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덕분에 데이터 전송이나 전력 관리에 대한 반도체 제품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며 맥심이 이 부분에 대해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 한국에 기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연구개발(R&D) 인력은 무척 잘하고 있다. 10년 동안 운영하면서 맥심을 대표하는 조직이 됐다. 다른 기업도 초기에는 비슷한 운영을 했지만 우리만 살아남았다. 개발자가 새로운 것을 즐기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능숙하다. 호흡도 잘 맞는다. 아이디어가 무척 좋은데 이런 부분이 핵심이라고 본다.
- 중견중소기업(SMB)도 지원한다고 들었다.
▲ 확실한 시장이다. 산업과 의료에서 중소기업이 많다. 이들이 제품을 개발할 때 레퍼런스 보드를 손쉽게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꾸준한 성장과 함께 다양한 시장을 가져갈 수 있었다.
- 반도체 시장이 인수합병(M&A) 추세인데.
▲ M&A는 시장이 성숙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의 비즈니스 환경은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워졌다. 한계에 다가선 듯하다. 금리가 높아지면 M&A가 잦아들겠지만 향후에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이 더 중요한 가치라 되리라 본다. M&A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 국내 사업에서 어려운 점은.
▲ 중국이다. 워낙 값싼 제품이 많아서 어렵다. 이미 대만 업체는 많이 진출해 있다. 자재명세서(Bill Of Materials, BOM)와 같은 차원의 문제인데 목표로 하는 시장, 그러니까 선택과 집중으로 극복할 생각이다.
- 국내 고객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맥심코리아는 전 세계 맥심 지사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개발 및 기술 지원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내부 전문가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기술 세미나, 제품 시연은 물론 고객 요청에 따라 최신 기술 업데이트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매월 국문 뉴스레터를 통해 국내 회원에게 비디오 및 기술 자료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기술 자료 다운로드 이벤트, 비디오 이벤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벤트를 진행해 국내 고객이 신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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