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사드 영향없다”…중국 특수잡기 분주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중국 패널 제조사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중국발 수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분야에선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경색된 한-중관계 속에서도 비교적 순조로운 모양새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중국 패널사와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미 참엔지니어링, AP시스템, 선익시스템, 비아트론 등 국내 장비업체들은 중국 패널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다수 장비업체와 중국 패널사 간 협의 중인 공급계약건도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중간 기싸움 상황에서도 ‘디스플레이 영역’만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OLED 기술력이 뛰어나 중국이 한국의 OLED 디스플레이를 배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장비업체들도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국한된 국내의 공급 루트 안에서 경쟁하기보다, 고객사 다양화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국의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업체인 BOE는 플렉시블 OLED 첫 공장인 B7(청두)을 세운 이후, B11(면양), B12(충칭), B13(우한), B14까지 공정을 증설해 플렉시블 OLED 생산체계를 구축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BOE는 곧 B7 공장 가동을 통해 첫 모바일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할 예정이다.

◆ 주가 반등 언제...관심 집중 = 지난 9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며 국내 업체들이 중국 진출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하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한편으론,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향후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주가 하락을 기업의 본질적 가치나 성장성 등 기업 자체 요인보다는, 북한 리스크나 백 장관의 발언 같은 외부 요인에 따른 여파로 보고 있다. 향후 중국발 수주 실적이 가시화되는 내년에 이르면, 언제라도 불안한 심리 요소가 걷힐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아이폰X에 플렉시블 OLED가 탑재되는 등 시장의 플렉시블 OLED 수요가 늘어남은 물론 패널사들도 관련 공정을 증설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2020년이 넘으면 OLED 출하량이 LCD를 확고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 “사드문제? 중국발 OLED 장비수주 문제없다” =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중국 특수를 통해 실적 상승을 이끌어 내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국한된 업계를 벗어나 고객사를 보다 다양하게 확보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정재송 제이스텍 대표는 지난 8월 IR을 통해 “중국도 우리를 배제하고는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며 “이제는 적극적으로 (중국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만 의존하기보다, 중국 패널사를 적극 공략해 다양한 공급 루트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캐파 증설을 위해 지난 7월 2만3305㎡ 규모의 공장을 양수하기도 했다.

반도체 후공정에 테스트 장비를 공급하는 테크윙(대표 나윤성)은 지난 9월 IR을 통해 “사드 문제 때문에 한중간 마찰이 심하지만, 반도체 분야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분야의 회사들은 지금 중국이 간섭과 규제를 많이 하고 있지만 반도체 쪽은 규제와 간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해서 엑시트(Exit)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엘아이에스는 BOE의 B7 공정에 올 3분기 장비를 공급한다. 회사측은 현재 LCD에서 OLED로 디스플레이 중심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사 제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의 OLED 투자는 4, 5년 이상 더 지속될 것이다. 그래봐야 삼성디스플레이 캐파(CAPA·생산능력)의 반”이라며 “규모의 경제로 중국 업체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지 못하면, 삼성과 경쟁하기 어렵다. 투자가 계속 이뤄질 것이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미국, 중국, 대만 내 중국 패널사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삼성과 LG에 올인하는 남품업체는 힘들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29일 코스닥에 상장한 OLED 증착장비 개발업체 야스(대표 정광호)도 기업설명회(IR)를 통해 "BOE, CSOT에 장비를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야스는 중국패널사 뿐 아니라, JOLED. 샤프(Sharp) 등 패널업체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준비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업체 베셀(대표 서기만)도 현재 중국 패널사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 대규모의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베셀의 총매출 중 90% 가량은 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 CSOT, TIANMA, CEC Panda 등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 9월 초 베셀은 신규 중국 고객사 KDX하고도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18년과 2019년 수주 규모를 감안해 협력사와의 검토를 바탕으로 캐파 증설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코스닥에 상장한 OLED 장비업체인 케이피에스(대표 김정호)는 국내의 삼성디스플레이 외 다른 나라의 OLED 디스플레이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미리 예상했다. 실제 이 회사는 2013년도까지 매출의 91%를 차지했던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4년부터 고객 다양화 전략을 구사해 중국 내 EDO, TIANMA를 통해 장비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IR을 통해 “조만간 BOE에도 많은 수주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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