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와 현재 이슈는?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던 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하고 지금껏 지속 성장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간단한 질문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업계를 포함한 전자 산업계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18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시장 전망 세미나’를 통해 이 문제가 공론화됐다. KSIA(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속 임원 및 국내 증권사 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먹거리 찾기 눈치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당분간 지속되리라고 보고 있으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KSIA에 따르면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미국 51.9%, 한국이 16.6% 이며, 메모리반도체 시장만으로 국한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57.3%의 시장을 점유해 한국이 세계 1위다. 하지만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를 육성하는 등 세계 팹리스(설계전문) 반도체 업체의 성장률이 점차 상승하는 반면, 우리나라 팹리스 반도체 업체의 성장률은 정체돼 있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반도체 업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차세대 먹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4차 산업혁명의 전조 현상이 반도체 업계에도 드리워짐에 따라,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과 반도체 기술에 접목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기현 KSIA 상무는 “AI 반도체가 이뤄지려면 설계, 알고리즘, 공정 등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장점이 있다. 학계에서 연구하는 분들이 많기에 2030년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반도체 업계의 이슈는 메모리 중심의 컴퓨팅,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CM), 쿼드레벨셀(QLC) 등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발전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관심거리다.
이날 미래에셋대우의 도현우 연구원은 “이제까지 컴퓨터의 중심은 항상 프로세서였다. 메모리는 프로세서가 빨리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보조적 위치에 머물러왔다”며 “그러나 서버 통신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등 서버 내에서 데이터를 찾기는 쉬운 반면, 다른 서버의 데이터를 찾기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자 차츰 메모리 중심의 컴퓨팅이 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메모리 중심의 컴퓨팅은 거대한 공유 메모리 풀을 만들고 이를 통해 데이터 처리 시 시스템의 다른 부분에 데이터를 전송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 또한 메모리 풀 안에서 시스템의 모든 프로세서를 병렬로 액세스 할 수도 있다. 머신러닝 시대에 맞게 훨씬 빠른 데이터 처리도 가능하다.
컴퓨터가 메모리 중심으로 흘러가면 당연히 메모리 수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현재는 올해 1분기까지 특별한 공급 증가 이슈가 없어 메모리 반도체의 양호한 수급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거 읽기와 쓰기 수명이 100회에 불과해 양산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받던 쿼드레벨셀(QLC)도 현재 반도체업계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플래시메모리서밋(FMS 2017)에서 도시바와 삼성전자가 제품을 공개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올해 말부터 QLC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술적으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으나, 2019년 본격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는 낸드플래시 시황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2.5D 패키지와 HBM(고대역폭 메모리)도 주목받고 있다. 2.5D 패키지는 침 간 데이터 전송 시 일어나던 병목 현상을 줄일 수 있다. HBM은 D램 대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2.5D 패키징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국내로는 한미반도체, 테스가 있으며, 대만엔 SPIL, TSMC 등이 있다. 가격대가 높아 실제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나, 수익성이 좋아 관련 업체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는 중국 메모리업체가 미래 반도체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도현우 연구원은 “FMS2017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메모리 업체가 선두업체인 삼성, 마이크론, 도시바, SK하이닉스 수준에는 못 미치나 윈본드, 난야 등 니치보다는 나은 수준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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