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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계도 '수수료 없는 앱' 독자 추진...야놀자, 여기어때 타격받나?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음식 배달, 부동산에 이어 숙박업계에서도 협회가 자체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대한숙박업중앙회(회장 양복만, 이하 중앙회)를 주축으로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이 추진 중이다. 시범운영을 거쳐 연내 정식 출범이 목표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기존 숙박 유료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대응이다. 중앙회가 무료 플랫폼을 개발해 3만 회원 업소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와 경쟁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앞서 음식 배달, 부동산 업계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한숙박업중앙회는 회장단 회의를 열고 자체 숙박 앱 사업의 진행방안과 개발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사업추진 방향과 일정을 조율하고 앱 명칭 공모에 들어갔다.

중앙회 관계자는 “각 지회별로 조사 결과 기존 숙박 앱 이용에 비용 부담이 있다는 요청이 있어 자체 앱 개발을 진행하게 됐다”며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앱 개발업체와 협약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양사의 숙박 앱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추산된다. 숙박업계는 ‘숙박 앱 업체들이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일방통행식으로 비용을 전가한다’며 지속적으로 반발해왔다. 지난해 5월 의정부시 50여개 숙박업체들이 야놀자, 여기어때 이용을 보이콧하며 단체로 탈퇴했다가 다시 가입하는 소동도 있었다. 이들은 갑작스런 광고비 인상과 높은 수수료 책정 등을 문제 삼았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지난 6월부터 숙박 앱 최상단 광고료가 25%나 대폭 오르는 등 독과점된 시장의 폐해를 고스란히 업주들이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협회 내부에서도 기존 업체 앱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숙박 앱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숙박업중앙회는 한동안 공석이었던 회장직에 지난 10월 양복만 회장이 당선되면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도 자체 앱 실효성을 놓고 이견이 갈린다. 수년 동안 막대한 개발과 마케팅 비용을 쏟아온 기존 업체에 비해 서비스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주 입장에서도 매출이 잘 나오는 기존 앱을 포기하고 자체 앱으로 이동할 유인이 적다. 자연스러운 이동 보다 중앙회 차원의 단체행동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서비스 활성화 목적보다 숙박 앱 수수료에 대한 이슈 공론화 목적이 더 큰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숙박 앱 업계 관계자는 “선의의 경쟁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현재는 기존 숙박 앱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진 상태”라며 “단순한 숙박업소 정보 제공 서비스 정도로는 경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존 사업자들은 앱 내 즉시예약, 숙박업소 가상현실(VR) 콘텐츠, 안심예약제 등 서비스를 고도화한 상태다.

배달 음식 업계에서는 지난 2014년 12월 한국배달음식업협회가 수수료 없는 배달앱 ‘디톡’을 출시한 바 있다. 수수료 대신 월 이용료 1만5000원을 받았다. 당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업체의 높은 수수료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었다.

디톡 출범 당시 전국 7만여개 배달업체가 등록돼 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이용이 불가능한 수준의 서비스가 이어졌다. 대부분 업체가 메뉴 설명 하나 없이 전화번호만 등록된 상태였고, 나머지도 광고 전단 이미지 파일을 올려놓은 게 전부였다. 가맹점 데이터, 결제 편의성, 품질 신뢰도, 마케팅까지 어느 하나 기존 배달앱에 비해 앞선 부분이 없었다.

앱 다운로드 숫자는 1만명 수준에 그쳤다.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을 신청한 업체가 총 100개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 앱 업데이트 날짜는 2016년 5월이 마지막이다. 사실상 관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해 1월부터 직방, 다방 등에 대응해 자체 플랫폼 ‘한방’을 출시했으나 역시 고전하고 있다. 수억원 규모로 TV광고를 집행하는 등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서비스 자체가 아직 부실하다는 평가다.

느린 앱 속도,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심각한 허위매물, 부실한 매물 정보로 이용자 외면을 받고 있다. 매물 상세 정보엔 매물 사진 대신 부동산 간판 사진만 덩그러니 걸려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협회는 지난 2월부터 타 플랫폼에 등에 매물을 올리지 않고 한방에만 매물을 올리는 ‘셧다운’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이용자 불편만 초래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형두 기자>dudu@ddali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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