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AI '사만다‘와 ’자비스‘… 생각보다 가까이 왔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인물이 등장한다.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토니 스타크를 보조하는 AI ‘자비스’ 역시 인간의 말에 태클을 걸거나 비꼬기도 한다. 이밖에도 픽션에서 그려지는 수많은 AI는 인간과 육성을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우수한 대화 능력은 AI에 친근함을 느끼고, 때론 인간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어시스턴트 등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에 이어 최근 수많은 AI 스피커가 쏟아지고 있다. 기계와 인간이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음악을 틀고, 날씨를 묻고, 물건을 주문하는 것도 일상에 가까워졌다.
다만 이는 인간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는 것이지, 엄연히 따져 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정해진 명령 외 일상적인 문장으로 말을 건넨다면 대부분의 인공지능 기기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이는 성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대화 자체가 제품 본연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핑퐁과 같은 대화 기술이 음성합성시스템(TTS)과 결합하면 재미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 TTS 기술 역시 크게 발전했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웨이브넷이 내는 소리는 평균발성점수(MOS) 4.53을 기록했다. 성우들의 평균 점수는 4.58이다. 대화 내용을 제외하면 사람과 기계가 하는 말을 구분해내기 쉽지 않다.
배우 없이 배우 목소리를 합성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영화 ‘그녀’에 인공지능 사만다 목소리를 맡았던 스칼렛 요한슨이나, 자비스의 목소리를 맡았던 폴 베타니의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것도 구현 가능할 전망이다. 한 개발자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합성한 샘플 버전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만약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의 게임 또는 로봇 기술과 이런 대화 솔루션들이 합쳐진다면 다소 무서운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드문 경우지만 이미 2차원(2D) 캐릭터에 실제 인간보다 더 애착을 느끼는 ‘2D 콤플렉스’도 있다. AI가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갖게 만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간이 AI가 감정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더욱이 기존에 애책을 갖고 있는 연예인이나 캐릭터와 AI가 접목된다면 파급력은 더 커보인다. 바둑과 일자리 외 연애상대까지 AI가 뺏어갈까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가까워진 것 같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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