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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1위 만들었다는 ‘스텔스 마케팅’… 불법일까?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 기자] 가수 닐로의 곡 ‘지나오다’가 연일 논란이다. 출시된 지 한참 지난 곡이 대형 아이돌 ‘트와이스’ ‘엑소’의 신곡을 제치고 지난 12일 멜론 차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차트 역주행’이라 한다. 흔한 일은 아니다. 다만 기존 역주행 곡들은 유튜브, 방송 등에서 입소문을 타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 곡은 갑자기 인기가 수직상승한 동력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멜론 이용자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소속사는 적절한 시간대 공략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 노하우’ 덕분이라고 해명 중이다. 항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음원 사재기’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당 곡은 지난해 10월 출시된 곡이다.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순위 변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3월 말부터다. ‘XX 하는 노래’ ‘XX하는 라이브’ 등 페이스북 음악 소개 관련 페이지들이 일제히 이 곡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일부 페이지들은 멘트 하나 바꾸지 않고 똑같은 홍보성 콘텐츠를 게재하기도 했다.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스텔스 마케팅에 능한 회사다. 스텔스 마케팅은 홍보 주체와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효과를 취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해당 곡을 소개한 다수 페이스북 계정은 이 회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제휴를 맺은 곳이지만, 회사 측은 이를 구독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대가를 받고 광고를 노출했음에도 이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표시광고법 위반이다.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 사례는 표시광고법을 적용하기에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자사 페이지를 통해 자사 음원을 홍보했음으로 일종의 ‘자가발전’이었던 셈이기 때문이다.

또 회사 측은 다른 제휴 페이지와도 금전적인 거래가 오가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콘텐츠 게재가 ‘품앗이’ 차원이었다면 이를 단순 정보 제공으로 봐야할지 광고로 봐야할 것인지 논란이 생긴다. 더욱이 '음악이 좋다', '나쁘다'는 주관적인 감상이므로 허위사실이나 기만이라 하기도 애매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 박지아 사무관은 “명확히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하면서, 소비자들이 광고임을 인식하지 못하게 했을 경우 문제가 된다”며 “대가가 오갔다는 사실 입증을 하지 못할 경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약 다른 홍보 페이지와 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공정위 조사가 필요하다. 박 사무관은 “경쟁사업자의 부당 신고 등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어, 모든 신고 사안이 조사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만약 이번 사안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될 경우, 제시된 증거가 얼마나 객관적인지를 고려해 조사에 착수한다”고 전했다.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도의적인 문제는 남아있다. 영향력 있는 페이지를 동시다발적으로 운용해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맛집 블로그를 보고 식당을 찾아갔더니, 식당 사장이 글을 쓴 블로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다만 한 마케팅 전문가는 “스텔스 마케팅 역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계속 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새 기법으로 봐야하지 않겠냐”며 “PPL(간접광고)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많이 비판을 했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자본력,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갖춘 기획사와 경쟁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멜론을 비롯한 음원 플랫폼 차트 순위는 대형 팬덤의 스트리밍 어뷰징으로 공신력을 잃은 지 오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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