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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MS-HP 노조, “외국계 IT업계, 유한회사 악용”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파업 17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오라클 노동조합이 사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정의당 이정미 의원, 외국계 IT노조협의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김철수 한국오라클 노조위원장은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 외국계 IT업체는 유한회사라는 점을 이용해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 회계불투명 및 갑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오라클 노조는 지난 5월 1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장기간의 임금동결, 만연한 사내 부조리, 회계 정보의 불투명성, 고용 불안 등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의 불성실한 교섭으로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오라클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에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HP 노조가 참여해 오라클 파업 지지의 뜻을 보탰다.

한국MS노조 이옥형 위원장은 “유한회사인 한국MS 또한 기존 구축형 SW 라이센스 판매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품이 변화하면서 본사로 직접 넘어가는 매출은 더욱 알 수 없어졌다”며 “노조가 임단협 교섭을 위해서 필요한 재무 정보를 요구했는데 본사의 보안 정책이라는 미명으로 전혀 전달하지 않아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간 진행된 불법적 행태의 밀어내기 매출 조정, 직원에 대한 인격모독과 퇴직 종용, 분사의 조직변경 요청에 따른 직무폐지 및 업무 배재를 통한 사직 강요, 시간 외 근무에 대한 임무 미지급 등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환 한국HP 노조위원장도 “외국계 유한회사라는 것을 이용해 회계내용을 정확하게 공지하지 않고, 근거 제시도 없이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허울 좋은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며 “최근까지 400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한국HPE(엔터프라이즈)의 경우 현재도 일이 없다는 핑계로 20여명 직원에 희망퇴직, 임시업무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오라클의 파업은 회계와 정보의 불투명성, 조직개편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제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매니저의 횡포 등 유한회사 형식의 외국계 IT업체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들에 대한 IT노동자들의 저항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오라클 노조 측은 “아직도 사측은 미국 본사 핑계로 불성실한 교섭태도로 일관하고 매니저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파업참여 여부 확인, 무노동무임금 협박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는 한국오라클의 세금탈루 의혹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파업기간 조합원들에 대한 회사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즉각적 근로감독과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오라클과 MS, HP 모두 유한회사 형태로 주식회사와 달리 감사를 받지 않다보니 불투명한 회계로 인해 수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회사의 이익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분배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한국오라클의 노사분규가 장기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부당노동행위 실태를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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