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우리은행 ‘전산 불안’, 일시적일까?…“안정화에 총력 쏟아야” 지적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이 불안하다. 전날(31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우리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의 이체 및 계좌조회 등이 원활하게 지원되지 않았고, 1일에도 인터넷 등에는 일부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은행측은 “마침 월말이라 자금 거래 등 트랜잭션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과부하가 발생했다”며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지난 5월8일 차세대시스템(위니)을 개통한 후 처음맞는 월말 결제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IT 업계 일각에선 이번 우리은행의 전산 불안은 몇가지면에서 ‘단순한 전산 장애가 아닐 수 있다’는 추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금융권에서 나타나는 전산시스템의 장애는 두 가지 이유때문이다.

하나는 전산시스템이 완전히 작동불능에 빠져서 모든 거래가 중단되는 경우, 또 다른 하나는 전산시스템은 다운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거래의 폭증으로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서 금융 처리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경우다.

전자는 2011년 농협 전산마비 사태처럼 특별한 경우이고, 대부분 국내 금융권 전산 장애는 후자를 의미한다.즉, CPU의 용량이 감당을 못하거나 또는 디스크의 작동에 부하가 걸리거나 네트워크의 문제가 발생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늦어도 2~3시간 정도면 병목현상이 대부분 해소된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은 지난 2년간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하드웨어 용량을 충분히 확보해 놓았다는 점에서 '과부화로 인한 전산 장애'라는 해명은 다소 미흡해 보인다.

또 월말에 온라인 거래가 폭주하리란 것은 은행측에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특히 요즘은 하드웨어 성능 또한 크게 개선됐기때문에 국내 은행권에서 과부하에 의한 전산장애는 과거에 비해 발생빈도도 크게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병목 현상과' 같은 단순 전산장애가 아니라면 현재까지는 정황상 '대외계(FEP)시스템'의 불안이 몇몇 원인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대외계시스템'은 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은행과 수많은 대외기관을 연계해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은행은 전자금융공동망, CD공동망, 법원망, 경찰정보망 등 수백개의 대외기관망과 연계돼 있다.

통상적으로 월말에는 타행이체, 타행송금이 많은데, 거래량이 많아지면 하드웨어나 네트워크가 당연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온라인 거래가 폭증할 경우, 이를 분산시키면서 서로 구조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외계시스템의 역할이다.

현재로선 은행측이 장애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지 않고 있다. 만일 대외계시스템이 불안하다면 이와 유사한 장애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우리은행측은 하드웨어 용량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방식으로 미리 장애에 대비할 수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설 연휴 직후 차세대전산시스템 가동에 나서려했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인터넷뱅킹, 센터컷 데이터의 오류 등 전산 불안 요소가 발견되자 시스템 가동을 5월초로 연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산 장애로 인해 우리은행은 '차세대전산시스템의 불안 요소를 말끔하게 해소하지 않은채 서둘러 오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됐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은행권 차세대전산시스템의 안정화 기간은 1개월~3개월 정도로 잡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인지는 좀 더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우리은행의 전산 안정화 대응이 주목된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이 차세대시스템의 조기 안정화에 총력을 쏟아야한다는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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