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살충동…’ 밤토끼가 웹툰계에 남긴 그림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우울증이 심해지면, ‘행복회로’와 반대인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리회로를 돌리기 시작한다.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일을 해도 대가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으니 그냥 세상이고 나발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싫다. 자기 전엔 약 먹으면 나아지긴 하는데, 낮이 되면 약기운에 기댈 수가 없으니 또 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리회로를 돌린다” (30대 웹툰 작가 A씨)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 해외 불법 사이트 근절과 한국 웹툰의 미래’ 토론회에서 발표된 작가 피해 사례 중 하나다. 이날 ‘불법웹툰피해작가대책회의’ 김동훈 작가<사진 맨 오른쪽>는 이처럼 불법 웹툰 피해로 인한 작가들의 정신적 피해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A 작가는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웹툰을 연재했다. 연재 중반인 2017년 초 대표 불법사이트 ‘밤토끼’가 등장했기 때문에 그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극명하게 바뀐 대표적인 작가다. 연재 초 1400만원에 달했던 월매출은 불법사이트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2017년 말 1/6에 불과한 250만원까지 줄어들었다.
A 작가의 작품은 정식 연재 플랫폼에서 2000 페이지뷰, 불법사이트에서 20만개의 추천을 기록했다. 추천이 20만이면 실제로 작품의 페이지뷰는 그 수배에 달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김동훈 작가는 “이런 정보를 확인한 작가가 제 정신으로 연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같은 플랫폼에 연재를 시작한 다른 작품은 전작과 비슷한 순위를 기록했지만 현재 매출은 6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김동훈 작가는 “다른 대체 불법사이트들이 밤토끼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작가 피해가 복구되지 않았다”며 “이 작가는 중증 우울증 때문에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상당수의 작가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웹툰 작가 B는 2017년 중반에 연재를 시작해 초기부터 불법 도용 피해를 입었다. B작가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작품이 도용된 사이트 숫자를 조사하다 스트레스를 받아 이를 중단했다. 지난해 중반에는 2개 사이트가 이 작품을 도용했지만 점차 늘어나 올해 2월에 20개까지 그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B 작가의 작품은 플랫폼에서 40~50위를 기록했으나 밤토끼 폐쇄 이후 인기가 급상승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는 10위권을 유지하며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스트레스로 인한 위경련을 얻었다. B 작가는 사례 조사에서 “하루 12~14시간씩 열심히 일해서 만들어낸 작품이 하루 이틀 지나니 불법사이트에서 바로 뜨더라”며 “저는 멘탈(정신력)이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적으로 허탈감이 느껴지고 위경련 때문에 고생했다”고 진술했다.
김동훈 작가는 “조사에 임한 7명의 작가 중 5명이 우울증으로 치료받고 있으며, 우울증이 아닌 작가는 아예 연재를 중단하고 도용당하지 않는 장르로 전환한 사람”이라며 “평균적인 금전 피해는 매출 70~80% 수준이며, 밤토끼 검거 후에도 수익이 상승한 작가는 겨우 2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웹툰가이드 강태진 대표 역시 “밤토끼 폐쇄 후 기존 M사이트와 신진 A사이트가 폭발적으로 성장을 기록, M사이트는 기존 대비 4.4배, A사이트는 10배까지 트래픽이 늘어났다”며 “아직 기존 밤토끼 트래픽의 54% 정도는 풍선효과를 타고 여전히 불법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동훈 작가는 20년 이상 만화계에서 활동했던 한 작가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과거 출판만화가 무너질 때도 좋은 작품만 있으면 살아난다고 했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웹툰계가 망한다고 입을 모은다”며 “불법사이트를 잡는 것 못지않게 ‘빨리’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우상호 유은혜 의원 주최로 진행됐다. 우상호 의원과 김유창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원수현 웹툰협회 회장이 축사를 진행했다.
우상호 의원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창작물에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활용하려는 불법업자들의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최초의 원천 창작물을 보호해 공정하고 창작 의욕을 북돋는 기반 조성이 같이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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