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폴더블폰’ 왜 굳이 접게 된 걸까…‘5G 대비’·‘산업계 요구’ 등 복합적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폴더블 스마트폰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다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던 ‘굳이 접어야 하냐’는 의구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분위기다. 접고 펴는 기술을 구현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가 가격이 비싸진 점도 수요 심리를 낮추는 요인이다. 게이머나 소득 수준이 높은 일부 사용층에서만 구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여러 우려가 있음에도 삼성전자,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굳이 폴더블 형태의 폰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뭘까. 업계에 따르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산업계 안에서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폰이 전방위적으로 요구되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폴더블폰이 5G 시대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5G 시대에 고사양을 구현하기 위해선 더 큰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요구되는데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접는 방식으로 고안됐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최근 관련 보고서를 통해 “현재 스마트폰은 6인치까지 커지고 있으나 5G 통신 시대의 4K 해상도를 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7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는 4K 해상도가 가능하므로 5G 통신 시대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기술이 발달하면 작은 패널에서도 4K 구현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작은 크기 패널에서 4K를 구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가 FMM(Fine Metal Mask)에 구멍을 더 조그맣게 뚫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R&D 수준에서는 만들 수 있는데 양산으로 가기는 어려운 것으로 안다. 크기가 크면 더 유리해지니까 폴더블 형태가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MM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유기물 증착 시 기판 픽셀 위치와 맞게 증착되도록 얇은 판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기판에 밀착시키는 제품이다. 두께는 얇고, 구멍은 촘촘하게 뚫을수록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

반면 5G와 폴더블폰의 연관성이 크게 없다는 반론도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G를 구현하는 데 있어 디스플레이 크기는 크게 상관없을 것으로 보인다. 5G 스마트폰에 들어갈 모뎀과 칩셋이 지금보다 조금 더 큰 것으로 아는데 결국은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 크기가 같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폴더블폰이 5G 시대를 대비한 것이란 주장이 개연성은 있다. 5G 시대의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유용하게 할 수 있는 게 미디어 서비스인데 이를 위해선 아무래도 큰 화면이 좋기 때문”이라며 5G와 폴더블폰의 연관성을 일부분 인정했다.

한편, 업계가 전반적으로 동조하는 이유도 존재한다. 스마트폰 제조사, 패널업체, 소재업체 등 관련 산업 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결국 폴더블폰이 등장하게 됐다는 증언이다.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도 큰 크기 폰을 선호한다. 패널업체 입장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패널을 더 많이 팔고 면적 기준 캐파(CAPA·생산능력)를 높이려면 폴더블 형태의 대형 크기 디스플레이가 효과적”이라며 “이는 업황 악화 등으로 침체된 디스플레이 장비·소재업체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업계 관계자는 “현재 크기의 스마트폰에서도 5G가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5G 시대가 되면서 폴더블폰으로 간다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둘러싼 전 산업계의 요구가 반영돼 폴더블 형태가 등장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소재업계에서도 삼성D이나 LGD 등 패널 제조사에 이전까지와는 다르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형태를 권유해왔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 스마트폰은 점차 각종 IT 기술이 통합된 기기가 될 전망이다. 5G 통신상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은 물론, VR(가상현실)과 같은 고해상도 콘텐츠를 즐기는 IT 라이프가 일반화되고 스마트폰이 기존 노트북을 대체하는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영상을 많이 보는데 5G 시대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고 고화질 영상과 사진 등을 스마트폰으로 보려면 점점 더 고해상도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이 맞물려 스마트폰 사이즈가 커져야 한다는 요구가 관련 업계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그런데 너무 커지면 노트북, 태블릿처럼 되기에 휴대성 문제로 접는 형태로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계는 폴더블폰이 5G·고해상도 미디어 시대에 적합한 형태로의 변화 및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관련 산업계의 요구 등이 혼합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폴더블폰은 ‘5G 스마트폰’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과 폴더블폰을 내년 3월쯤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8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폴더블폰 초도 물량이 100만 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폴더블폰 초도 물량을 기존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5G로 구현하는 부담을 가져가기보다 기존 4G로 내놓으면서 시장에 빨리 진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화웨이는 아예 내년 5G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폴더블 형태로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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