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 잡는 ‘공유경제 특별법’, 어떤 방향 담았나?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승차 및 숙박 공유 활성화와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공유경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나, 국내에서는 아직 전통 사업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진척이 더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공유경제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통 숙박업계, 공유경제협회 이해 관계자를 포함,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부처에서도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김수민 의원은 “최근 카풀 서비스 출시로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숙박 공유 역시 정부가 내국인 도시민박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숙박업계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사회 갈등이 더 지속되어서는 안 되며, 기존 업계에 대한 안전망 검토 등 세심한 정책적 배려와 토론이 국회에서 활성화돼야 한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공유경제 공급자 ‘사업자’ 아닌 ‘개인’으로 정의 = 공유경제는 유휴자산을 활용해 거래자원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경제성과 효용성을 늘리고 있지만, 그 못지않게 다양한 불법성 논란도 일으켜 왔다. 이에 공유경제 관리체계 확립을 위해 김수민 의원이 올해 3월 ‘공유경제 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번에 공개된 공유경제 특별법은 이 법안을 수정한 것이다.
우선 공유경제 특별법은 유휴재산을 공급해 수익을 얻는 측을 ‘사업자’가 아닌 ‘공급자’로 정의했다. 이병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급자가 사업자인지 단순한 개인으로 머무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사업자는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며, 소비자는 각종 보호수단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공유경제 이용자는 전자상거래보호법에 적용되는 ‘철회권’ 등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병준 교수는 “공급자에게 사업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면 공유경제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며 “일본의 경우 공유숙박에 사업자 의무를 부여하니 50% 이상이 날아갔다”고 덧붙였다. 올해 6월 일본 정부가 ‘주택숙박사업법(민박법)’을 시행한 이후 에어비앤비는 등록 숙소 6만2000개 숙소 중 약 4만개를 삭제한 바 있다.
대신 플랫폼을 운영하는 중개사업자에게는 정보비대칭 해소 의무를 부여했다. 소비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으니, 이용후기 등과 같은 평판도 평가시스템을 마련해 수요자를 보호하라는 취지다.
또 공급자별 거래금액 및 거래빈도에 관한 통계를 자성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한 공급자가 복수개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멀티호밍(Multi homing)’을 고려한 조치다. 공급자의 거래금액과 거래빈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규제를 우회하는 편법을 막을 수 있다.
다만 이 교수는 “‘상시공급자’와 ‘일시적공급자’ 관련 규정을 특별법에서 삭제한 것은 아쉽다”며 “공유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규정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풀을 예로 들면, 이 법에서는 출퇴근 시 카풀을 이용하는 사람과 24시간 전업으로 활동하는 드라이버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는 셈이 된다.
◆업계·정부 “기존 산업 규제 역차별 해결해야” = 전통 숙박업계는 공유경제 특별법 도입 자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기존 숙박업소들도 공실률이 50% 이상 나온다. 시장경제를 무너뜨려가면서 공유숙박이 들어 와야 하느냐”며 “숙박시설들은 청소년보호법, 공중위생법, 건축법 등 수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데, 기존 법을 개정하지 않고 모두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공유숙박이 활성화되면 서민들이 도시에서 쫓겨난다. 단기임대로 고소득을 올리는데 누가 서민들에게 장기임대로 방을 내주겠느냐”며 “전국적으로 일자리 문제도 심각해질 것, 호텔 하나에 500명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다세대 주택 공유숙박은 겨우 경비인력 몇 명 고용 창출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산구 공유경제협회장은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역차별을 언급했다. 그는 “외국인도시민박법을 통한 역차별로 에어비엔비는 국내 독보적인 시장 과독점 상태”라며 “에어비엔비 내 불법숙박 단속도 미비해, 기존 법도 잘 집행이 되지 않는데 새로운 법 만들어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조산구 협회장은 국내 유일한 공유숙박 플랫폼 ‘코자자’ 대표직도 맡고 있다.
이어 “공유민박이 늘어나는 것 보다, 기존 기업형 불법 숙박업자 문제가 더 크다. 그 문제를 정부에서 해결해준다면 공유숙박에서는 (법 도입에)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건을 달았다.
공유경제 특별법 도입에 앞서 기존 산업 규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데는 토론 참가자 대부분이 동의했다.
기획재정부 김영노 서비스경제과 과장은 “공유경제가 시대적 대세라는 것은 부인 어렵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시적 공급자에 대한 규제 수준을 어느 정도로 가야할지 고민 필요하다”며 “정경재 회장의 얘기처럼 기존 사업자들은 많은 규제를 갖고 있다. 이 역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김영노 과장은 “숙박공유를 예로 든다면 지자체 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 같다”며 “정부에서도 적정 규제가 어느 수준인가 관계 부처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역시 “카풀은 앱 미터기를 쓰고 요금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데, 택시는 전자지도가 없고 운송흐름을 파악할 수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미터기를 써야 한다”며 “이밖에 택시 운전사 자격, 사납금 문제 등 70년대에 만들어진 제도들, 이제는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그런 부분에 대한 규제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자신을 청주에서 온 숙박업자라고 소개한 한 청중은 “그동안 숙박이나 택시가 국가를 위해서 쉴 새 없이 노력해 왔다”며 “대한민국처럼 숙박업 잘 되어 있고 가격도 저렴한 곳 없다. 이렇게 노력하는 우리 숙박 택시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많은 사업자가 있고 직업군이 있는데 왜 숙박과 택시 두 사업군이 피해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유경제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좀 더 보완하고 고칠 것은 고쳐서 숙박 택시 소비자 다 좋아할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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