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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카풀? 외국은 자율주행 결합된 TaaS 3.0 준비한다”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국내에서 카풀 도입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 구글, 우버, 디디추싱 글로벌 기업들은 자율주행(AV)과 승차공유(라이드셰어링)가 융복합된 모델인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 3.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향후 국내에 거대 플랫폼이 진출하면 한국이 플랫폼 주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인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센터장<사진>은 지난 24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자율주행 기술 산업 동향 및 전망’ 전문가 간담회에서 “과거 중국과 한국은 모두 승차공유가 불법이었지만,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산업 전체를 디자인했다. 우버차이나 합병 이후 우정국 등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며 “한국도 막는 것까진 참 잘한다. 그런데 외국기업 막으면서 국내 기업도 같이 모두 밟아버렸다. 막았으면 국내 기업 인큐베이팅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한국도 빠져나갈 수 없다. 한국에 중국 유커가 한 해 800만이 들어온 적 있다. 김포공항에서 다 디디추싱을 찾는다. 만약 디디가 한국에도 들어오게 되면 바로 모두 잡아먹힌다. 일본에는 이미 진출이 이뤄졌다”며 “플랫폼은 통신사에 준한다. 한국형 플랫폼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무선 통신 시대로 넘어갈 때 AT&T, 버라이즌에게 주도권을 넘겼다고 생각해 보라, 어마어마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됐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현재 전 세계 자본시장 이목과 돈이 TaaS에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글로벌 라이드셰어링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들은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대규모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우버는 135조원, 중국 디디추싱은 9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TaaS 1.0은 흔히 말하는 '우버X' 서비스다. 전통적인 콜택시, 카카오택시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 TaaS 1.5은 여기에 측위 기술이 추가된 모델이다. 같은 방향을 가진 승객들이 합승하는 ‘우버 풀’과 같은 모델이다. 서비스 요금이 1/n으로 줄어들게 된다. 시간적 손해와 불편함을 저렴한 가격이 상쇄한다.

TaaS 2.0부터는 자율주행과 승차공유가 합쳐진다. 자율주행 기술로 승객을 태우고 서비스하지만 운전석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하는 단계다. TaaS 3.0은 완전한 ‘로봇 택시’의 단계다. 운전석이 사라지고 24시간 연속으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미국은 이미 이 단계까지 근접한 상태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올해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완전 자율주행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11월부터 유료화 서비스에 돌입했다.

TaaS 3.0 단계에서는 완성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모델은 차량 소유권을 소비자에게 넘기고 부가가치도 함께 이전하는 방식이다. 반면 TaaS 3.0 시대의 차는 플랫폼을 24시간 돌려 얼마나 많은 과금을 취하냐가 핵심이다. 아침에 차량 소유주를 출근시킨 이후, 차가 돌아다니면서 돈을 벌어온다. 비싼 자율주행차 가격을 플랫폼 소득으로써 상쇄하게 된다.

현재 플랫폼에서는 통상 운송요금의 80%를 운전자가, 20%를 플랫폼이 가져간다. 그러나 자율주행이 시작되면 이 80%도 자율주행 업체가 가져가게 된다. 사람 수송뿐만 아니라 물류도 자동차가 전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차량 제조 업체들도 모두 AV 차량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GM의 경우 전 세계 생산 공장을 모두 철수하고, 대신 내년부터 AV 차량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 도요타는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출퇴근, 음식 배달, 병원 셔틀 등으로 모두 활용될 수 있는 AV 차량 ‘이팔레트’ 시범운영을 준비 중이다. 유럽 BMW, 폭스바겐, 아우디는 공동으로 4조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매핑 회사 ‘히어’를 키우고 있다.

고태봉 센터장은 “자율주행이 되는 순간 단기 렌터카, P2P(Peer to Peer), B2C(소비자대상) 모두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 구분되는 것들이 모두 다 합쳐진다”며 “이 분야에서 가장 기술이 뛰어나고 플랫폼이 큰 구글 웨이모가 상장될 경우, 한국돈으로 기업가치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TaaS를 규제했지만 상황이 크게 다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국 디디추싱, 싱가포르 그랩, 인도 올라 등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전 세계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다. 디디추싱의 일본 진출 역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태봉 센터장은 플랫폼과 택시 갈등 문제는 필연적이라며, 언젠가는 넘어야 할 허들이라고 평가했다. TaaS 3.0이 도입되고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수천만 이용자 편익이 택시 100만 표심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고 센터장은 “한 방에 택시를 몰아내야 한다는 얘기 아니다. 그러나 지금 계속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법인 택시 기사들은 사실 플랫폼에 편입이 가능하다. 개인 택시 기사들은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위한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며 “저 역시 증권가에 있었지만, 홈트레이딩 시스템 도입 이후 직원들 다 내보냈다.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 희생값을 정치가 줄여주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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