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다시 D램을 돌아본 반도체 업계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연말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맨’이다.
주인공 잭 캠벨(니콜라스 케이지)은 사랑하는 연인 케이트가 눈물을 흘리며 붙잡는데도 뿌리치고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다. 13년 후 잭은 원하던 대로 월스트리트 기업가로 크게 성공한다. 최고급 자동차와 집을 얻었음은 물론, 주위에 미녀가 끊이지 않는 재력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흑인 부랑자로부터 복권을 산 잭은 그날 이후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된다. 꿈 같으면서도 너무나 현실 같은 삶이다. 바로 13년 전 런던행을 포기하고 연인 케이트와 단란한 가정을 꾸린 삶이었다. 영화에서는 이것이 환상인지 꿈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꿈일 수도, 신의 장난일 수도 있다. 귀여운 아이 둘을 키우며 소박하게 사는 삶, 그러나 최고급 자동차와 양복은 꿈도 꿀 수 없다.
잭은 처음엔 당황하고 낙담했으나, 이내 아이들과 아내의 사랑을 받으며 점점 적응해간다. 처음 낯선 잭의 모습에 첫째 딸 애니는 아빠를 외계인 취급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잭이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이 되자 ‘아빠가 돌아왔다’며 밝게 웃는다. 소박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족과의 삶에 잭이 완전히 동화된 것이다.
그러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잭은 예전 재력가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귀여웠던 아이들은 거품처럼 사라졌다. 가슴엔 허무함만 남았다. 잭은 이를 통해 성공만을 향해 달렸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깊은 내면에 옛 애인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꿈만 같던 호황기를 지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올해 4분기에 드디어 실제 반도체 고점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2년간 호황을 주도한 D램 가격 상승세가 최근 하락으로 돌변한 영향이 크다. 잭이 케이트에 대한 사랑을 꿈 같은 환상 뒤에 깨달았듯, 반도체 업계도 그간 꿈 같던 호황기를 벗어나자 다시금 D램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는 분위기다.
이제까지 반도체 호황은 D램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기에 가능했다. 현재 일부 고객사는 D램 가격이 더 내려가기를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탄탄한 D램 수요가 이끌고 온 지난날의 호황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득하다.
‘재력가’로 돌아온 잭은 케이트를 수소문한다. 13년 전 잭과 헤어진 그녀도 나름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개척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13년 전과 달리 잭에게선 마음이 떠난 분위기다. ‘커피를 마시자’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집으로 돌아온 잭은 뭔가를 결심한 듯 다시 집을 나선다.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케이트를 붙잡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잭은 그녀를 불러 세우곤 꿈 같았던 삶을 무작정 털어놓는다. 케이트는 잭의 진심을 듣고 파리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잭과 밤새 얘기를 나눈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반도체 업계도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D램을 보면서 그제서야 고마움을 상기하고 있다. 호황을 주도했던 D램을 떠올리면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게까지 D램이 돌변할지 몰랐다는 반응도 많다. 꿈만 같던 호황을 돌이켜보면서 그제서야 D램에 대한 감사함을 고백하게 된 것이다.
이제 반도체 업계는 다른 세계를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호황을 가슴에 묻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비수기를 견뎌야 한다.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낸 잭이 다시 절실하게 그녀를 찾아나선 것처럼, 반도체 업계도 도래한 위기 속에서 꿈 같은 지난 호황기를 돌이켜보며 다시 D램 부흥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에서 잭과 케이트가 다시 만나 사랑을 속삭인 것과 같이, 반도체 업계도 다시 D램 부흥기를 맞아 새로운 호황을 목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희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처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D램이 새롭게 부활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업계가 힘을 모아 절실히 새로운 수요를 찾아 개발과 증설 관련 투자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잭이 절실히 케이트를 찾아나선 것처럼 반도체 업계도 다시금 D램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서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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