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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없는 전쟁’…주방 전기레인지 주도권 경쟁 점화

이형두

왼쪽부터 삼성전자 2019년형 전기레인지 인덕션, 쿠쿠전자 초고온 하이브리드 인덕션
왼쪽부터 삼성전자 2019년형 전기레인지 인덕션, 쿠쿠전자 초고온 하이브리드 인덕션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주방에서 전기레인지가 가스레인지를 대체하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등 주방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제품 가격 인하 등으로 대중화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평가다. 3개 화구를 갖춘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 기준 현재 100만원대까지 가격대가 내려왔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매년 전기레인지 판매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만 해도 연간 판매량이 25만대 수준이었지만 2017년 60만대, 2018년 80만대, 올해는 1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한 해 100만대 이상 팔리는 제품은 냉장고, TV등과 같은 ‘필수가전’으로 분류된다.

LG전자의 지난 1월 디오스 전기레인지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늘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도 50%의 성장률을 보였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가스레인지는 기업간거래(B2B)에 집중하고 가정용은 전기레인지만 생산하고 있다.

쿠쿠전자 역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6년 전기레인지 매출이 전년 대비 269.8%, 2017년 32.5%, 2018년 72.5% 증가했다.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대비 36.7% 증가했으며, 특히 하이브리드(하이라이트와 인덕션 화구를 모두 갖춘 제품)은 같은 기간 111.6% 상승했다.

유럽 등 서구 선진국 가정의 경우 이미 전기레인지 보급률이 국내 대비 훨씬 높은 편이다. 70% 이상이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쓴다. 미국이나 일본의 보급률도 50%를 웃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아직 20%대에 보급률이 머물러 있다. 외국 대비 도시가스 보급률이 높은 측면이 있어, 경제성이 좋은 가스레인지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전기레인지 시장 확대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밀레, 지멘스 등 수입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2014년 즈음부터 쿠쿠전자, 쿠첸, SK매직 등 국내 주방가전 업체들이 축적된 가열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어 삼성 LG 등 대기업이 가세한 데다, 최근 들어 웅진렌탈, 청호나이스, 코웨이 등 렌탈 중심 업체들까지 뛰어들면서 혼전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뚜렷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탓에 각 업체들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공식적인 시장 점유율 집계치는 없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SK매직, 쿠첸, 쿠쿠, 린나이까지 중견 주방가전 업체가 합계 점유율이 약 60% 이상, 삼성 LG가 10% 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화구 숫자, 하이라이트 및 인덕션 등 가열 방식 등 각각 주력 분야가 달라 판매량 및 매출로도 우위를 따지기 어렵다. 통상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평가되는 3구 하이브리드 제품 시장이 본게임으로 평가되나 공신력 있는 집계치는 아직 없는 형편이다. 또 삼성 LG 등 전자업체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탑재를, 쿠쿠 등 주방가전 업체는 인덕션히팅(IH)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도제어 기술을 주력으로 삼는 등 제품 차별화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신제품 출시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화력을 기존 대비 2배 강화한 제품 (모델명 NZ63N7757CK)을 출시한데 이어, 이달 2019년형 신제품 5개 모델을 추가로 출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LG전자와 코웨이가, 이어 11월에는 SK매직, 웅진렌탈, 현대렌탈케어가 각각 신제품 전기레인지를 선보였다. 올해도 1월 LG전자가, 2월 쿠쿠전자가 각각 신제품을 발표했다.

한편, 전기레인지 확산과 더불어 안전 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레버를 누르고 돌려 점화하는 가스레인지와 달리 전기레인지는 버튼만 누르면 가열이 시작되므로 이로 인한 화재 사고도 증가 추세다. 특히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제품 위에 올라갔다가 스위치를 작동시켜 발생하는 사고가 매달 이어지고 있다. 이달 18일에 광주시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반려 고양이로 인한 화재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최근 신제품들은 대부분 버튼을 2개 이상 눌러야 작동되는 등 잠금 기능이 필수로 달고 출시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오작동을 방지하는 ‘잠금버튼’과 온도 감지 센서 등 14가지 안전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보였으며, 쿠쿠전자는 신제품 안전 기능에 ‘냥이안전모드’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에 적극 활용 중이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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