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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vs 애플, 특허소송 합의…‘정전’인가 ‘종전’인가

윤상호
- 양사, ‘6년+2년’ 라이선스 계약…5G경쟁, 변수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퀄컴과 애플이 특허전쟁을 끝냈다. 애플이 퀄컴에 로열티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전조건은 퀄컴의 완승. 하지만 전쟁의 불씨는 남았다. 애플에게 5세대(5G) 이동통신 칩셋 대안이 생길 경우 양사의 전쟁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퀄컴의 사업모델을 보는 각국 정부의 눈초리도 예전 같지 않다. 퀄컴과 정부 갈등은 진행형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각) 퀄컴과 애플은 미국 특허소송 본격 심리를 앞둔 상태에서 합의에 성공했다. 양사는 전 세계 소송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애플은 퀄컴에 1회성 로열티를 지급한다. 최대 8년 기한 특허사용(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6년에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지난 1일부터 효력이 있다.

구체적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일단 애플이 백기 투항한 모양새다. 시비를 애플이 걸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2017년 1월 퀄컴이 과도한 특허사용료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2017년 7월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대응했다. 이번 합의는 애플이 자신의 주장을 접은 꼴이다. 액수와 관계없이 명분에 손상을 입었다.

애플이 항복한 이유는 5G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5G 기기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은 ▲퀄컴 ▲삼성전자 ▲화웨이가 공급한다. 삼성전자 화웨이는 애플 경쟁자다. 신뢰성 검증도 덜 됐다. 애플은 소송을 벌이며 퀄컴 칩셋 구매를 중단했다. 인텔에서 칩셋을 구했다. 인텔의 5G 칩셋 개발은 연내 예정이다. 애플의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5G를 본격화 한 것도 부담이다. 공급과 제품화 기한을 따지면 5G 시장에서 올해를 통으로 날릴 위기다. 삼성전자 화웨이 손을 잡느니 퀄컴 손을 잡는 것이 낫다.

양사의 특허전은 정전일까 종전일까. 정전일 가능성이 높다.

퀄컴의 사업모델은 애플뿐 아니라 대부분 거래선과 국가에서 문제가 됐다. 퀄컴은 특허사용료와 로열티를 따로 받는다. 로열티는 일정액이 아닌 기기 판매가의 일정부분을 거둔다. 퀄컴 칩셋 매출과 칩셋이 들어간 기기 판매에 따른 추가 매출을 올리는 구조다. 이번 소송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애플이 이 구조를 반박했기 때문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국 관련 기관도 이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공정위와 퀄컴은 소송 중이다.

여기에 애플도 자체 통신칩 확보에 나섰다. 통신칩 수급 통로가 넓어지면 협상력이 올라간다. 삼성전자가 그렇다. 삼성전자는 국내는 자체, 해외는 퀄컴을 쓰는 경우가 많다. LG전자는 퀄컴만 쓴다. 신제품 출시 시점과 원가 등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자신 만의 일정을 잡을 수 있지만 LG전자는 퀄컴 일정에 맞춰야 한다. 애플이 확보한 6~8년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한편 양사 합의에 따라 애플이 오는 4분기 스마트폰 성수기 때 5G폰을 내놓는 것에 대한 걸림돌이 사라졌다. 5G폰은 2019년의 경우 한국과 북미가 최대 시장이다. 애플은 북미 1위 한국 2위 점유율 업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악재다. 애플이 없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삼성전자보다 LG전자가 더 큰일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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