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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 장기화 속 ‘유료방송 M&A’ 열쇠 합산규제 오리무중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5월 국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을 거듭하며 국회 파행은 지속되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민생법안이 산적돼 있고, 추가경정예산 처리도 미뤄지고 있다.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열쇠를 쥐고 있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시간도 멈췄다. 일하는 과방위를 외쳤지만,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은 만큼 식물 상임위 오명을 벗지 못할 처지다.

통신‧방송을 비롯해 과학 업무까지 도맡고 있는 과방위 현안에도 먼지만 쌓이고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사안은 ‘합산규제’다. 전방에 선 합산규제 문제를 풀어야만, 줄줄이 따라오는 현안 해결에도 파란불이 켜진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과점 방지를 위해 2015년 3년 일몰 조건으로 합산규제를 시행했으며 지난해 6월27일 일몰됐다. 지난달 과방위는 법안소위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사후규제를 포함한 유료방송 규제개선방안을 요청했고, 수용할 수 없을 경우 합산규제를 연장키로 했다.

국회 상황도 여의치 않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도 합의점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요구대로 과기정통부는 지난 16일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이해관계자로 참여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의견은 포함되지 않았다. 촉박한 일정으로 방통위 입장을 조율하지 못했다.

당시 방통위가 제안한 규제개선방안은 과기정통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시장점유율 폐지, 유료방송 이용약관 신고제 완화 입장이다. 방통위는 공정경쟁과 사후규제 강화 차원에서 이용약관 인가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시장집중사업자 지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2일 과기정통부는 국회 과방위 측에 유료방송 규제개선 관련 방통위 의견 검토안을 제출했다. 방통위는 모든 유료방송사에 대해 요금 승인제를 유지하고, 시장지배력이 가장 높은 시장집중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용약관 인가를 도입하자고 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현행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다름없어 신규 서비스 출시 제한 등을 우려했다. 특히, 이용요금 신고제 도입은 합산규제 일몰 이전 방통위가 동의해 2017년 12월 정부 입법을 통해 추진됐던 사안이다. 인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정책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지행위 신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방통위와 궤를 같이 하지만, 매출액의 100분의 5라는 부과금액은 다른 금지행위보다 2배 이상 수준이라 형평성을 고려하자고 했다.

공정경쟁 기반 마련을 위한 회계 분리 및 영업보고서 제출, 결합상품 시장 분석 및 정책 수립 근거 마련과 관련해서도 과기정통부 소관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방통위는 해당 과기정통부 안건에 대해 동의했지만, 방통위 소관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터넷TV(IPTV) 사업의 회계분리와 통신사업 회계 정리‧검증 사항은 과기정통부 소관 업무며, 방송‧통신 결합상품 시장 분석으로 공동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케이블TV사업자(SO) 지역성과 다양성 제고 방안에서도 일부 다른 방향을 나타내고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IPTV의 SO 지역채널 의무재송신 등 활성화를 위해 정책 연구와 SO를 지역방송 범위에 포함하는 지역방송지원 특별법 개정을 포함했다. 방통위는 지역채널 전국단위 방송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방통위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에서 유료방송 다양성을 평가하자고 했지만 과기정통부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부 평가기준은 이미 현행 법령에서 규율하고 있고, 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한 해외 사례도 없는 상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등장하고 있는데 시청점유율 산정을 과장하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가 이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각각 국회 과방위 측에 제출한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은 이처럼 상충돼 있다. 다만, 현재 양 부처 관계자가 실무급 회의를 진행하며 합의점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합산규제 재도입 또는 폐지, 사후규제 도입 여부, 시장집중사업자 지정 기준 등은 통신사의 케이블TV사업자 인수합병을 통한 유료방송시장 재편과 맞닿아 있다. KT는 합산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사업자이기도 하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된다면, KT의 M&A는 빨간불이다.

결론을 내려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하나의 규제개선 방안을 도출해야 하고 국회가 정상화된 후 과방위가 법안소위‧전체회의를 열고 각 의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기 힘든 단계들이다. 현재 합산규제 연장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기업의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과방위 테이블에 쌓인 더 시급한 현안들도 기약없이 차례만 기다리고 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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