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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신경전‧국회 파행, 유료방송 합산규제 ‘산 넘어 산’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 행방이 묘연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후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을 제출하기로 하면서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가 곧 결정되는 듯 했지만, 부처 간 신경전에 국회 파행까지 겹쳤다. 산 넘어 산이다. 사후규제 절충안은커녕 합산규제 방향성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과기정통부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의견을 합한 최종 규제개선안을 이번 주 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지난 16일까지 개선안을 내놓아야 했으나 방통위 입장을 조율하지 못한 관계로 각자 안을 1차적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간 의견 조율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소관업무 싸움으로 번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과방위 여당 측에서 과기정통부에 방통위 의견수렴을 요구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물론 사후규제는 방통위 소관업무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국회에서 방통위를 갑작스럽게 개입시키면서, 혹여 밥그릇을 뺏길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을 놓고 양 부처는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관건은 유료방송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은 시장집중 사업자 지정이다. 어떤 방식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소관부서가 달라질 수 있다.

방통위가 내놓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관련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통위가 시장집중사업자를 지정해야 한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매출액과 가입자 수를 고려해 시행령으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시장점유율 폐지, 유료방송 이용약관 신고제 완화 등을 주장하며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최소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방통위는 공정경쟁과 사후규제 강화 차원에서 이용약관 인가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시장집중사업자 지정 등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서비스 품질 평가를, 방통위는 다양성 평가제도를 제안하며 각 항목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양 부처 모두 만족하는 공통안을 도출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통안을 내놓더라도 국회에서 언제 논의될 지도 미지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이후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장외 투쟁 중이다. 특히, 오는 24일까지 이어지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원내대표 민생투어가 마무리돼야 한다. 이후 국회 복귀도 사실상 불투명하다.

차기 과방위원장도 결정돼야 한다. 노웅래 현 과방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출마 당시 과방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 판단에 따라 차기 과방위원장이 정해질 예정인데,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현 위원장 유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점쳐지고 있다. 또,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당론이 없는 사안이라 법안소위를 거쳐 전체회의에 해당 안건이 상정되더라도 과방위 내 이견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KT 눈치 보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는 유료방송시장 내 KT 인수합병(M&A)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각각 CJ헬로, 티브로드와의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KT가 딜라이브를 가져갈 경우 합산규제 점유율 상한인 약 33%을 초과하게 된다.

KT는 시장점유율‧합산규제 폐지에 주안점을 둔 과기정통부 안에 손을 들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보고 있지만, KT를 겨냥하지 않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이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단일 사업자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거나 3개 이하 사업자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는 공정거래법 기준 등이 그 예다. 일단 합산규제를 폐지하면서 실익부터 챙길 수 있는 복안이기도 하다.

다만, KT는 이번 규제개선안이 부처 간 소관 문제로 번지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양 부처 어느 쪽에도 흠 잡히는 일은 피해야 한다. 아울러, 합산규제 논의가 미뤄질수록 딜라이브 인수합병 가액은 KT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

과방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간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 제출한 규제개선안 외에 새로 협의한 규제안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도 파행 중이니 버티기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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