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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지상파 CPS 논란…정부, 개입 못하나 안하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상파 방송3사와 유료방송사간 콘텐츠재송신대가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합리적인 대가산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가입자당재송신대가(CPS)의 경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산식 없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일방적 주장으로 결정되는 형태다.

방송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가치에 대한 산정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반쪽 디지털방송인 8VSB 가입자에게도 CPS 적용을 추진하며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힘의 논리, 지상파 주도하는 CPS 협상=CPS는 국내 방송시장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등장했다. 아날로그 방송 시절에는 유료방송이 난시청 해소 역할을 해주다보니 지상파 방송사들이 대가를 요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매출 감소와 IPTV의 등장, 방송의 디지털전환 등이 맞물리면서 가입자당 대가를 받는 CPS 방식이 등장했다.

280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400원까지 대가가 올라갔다. 지상파 3사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유료방송사들은 콘텐츠 재송신으로 지상파 방송사들도 광고매출 증가 등의 이익을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고받을 것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동일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료방송의 경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가 1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방송3사에 1000원이상을 떼어줄 경우 전체 방송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콘텐츠 대가는 지불하겠지만 현재의 CPS 수준이 적정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고 법적다툼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법원은 콘텐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보았다. 법원이 복잡한 대가산식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현재 CPS 협상은 소송에서의 우위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 지상파 주도로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정부, CPS 대가산정 개입 못하나 안하나
=시청점유율이 각사마다 다르고 유료방송사들의 재정상태, 시장점유율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CPS는 지상파 3사 동일하다. 지상파 방송사, 유료방송사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대가 산식을 만들면 소모적인 분쟁도 줄어들 수 있다.

이달 4일 국회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법정화를 통한 대가산정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위원회가 투명한 방식으로 강제성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면 분쟁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송신대가 산정 및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 등에 대한 정책 해결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산식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방통위는 명확한 설명없이 대가산정은 물론, 의무재송신채널 확대 등을 아무런 결론 없이 슬그머니 마무리했다. 이후 정부차원의 해법은 협상 가이드라인 제시 등에 머물러 있다.

이후 정부의 입장은 '사업자간 자율협상'이라는 일관된 방안만 제시하고 있다. 방송정책 주도권 경쟁을 하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지만 재송신대가 부분에서만큼은 합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4일 토론회에 참석한 이창희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 김동철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사업자 자율'이라는 한 목소리를 냈다. 김동철 국장은 "정부가 개입하면 논란만 확산될 수 있다. 소송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희 국장도 "대가산정위를 구성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세계 어느나라도 그렇게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민감한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7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태오 창원대학교 교수는 “방통위 방송분쟁조정위원회가 나름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지상파가 CPS를 부당하게 많이 요구한다면 공정거래법, 방송법 금지행위에 해당한다. 해외에서도 절차적 부분이나 재송신료 인상 요구 때 근거를 제시하라는 차원에서 통제는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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