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공유주방 위쿡, 규제 샌드박스 설득시킨 ‘F&B 혁신’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한국 혁신산업이 인공지능(AI)이나 로봇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식음료(F&B)도 얼마든지 혁신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공유주방 플랫폼 ‘위쿡(WECOOK)’이 F&B 업계 혁신을 꿈꾼다. 위쿡은 지난달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됐다.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위쿡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식음료 시장을 기반으로 공유경제 규제의 벽을 넘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위쿡을 운영하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대표<사진>를 만났다. 김 대표는 위쿡을 “푸드메이커(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주방 공간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연구개발, 컨설팅, 마케팅·홍보 등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위쿡의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식품제조업자는 시간당 이용료를 내고 주방과 식기, 식자재 창고, 배송 서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외식산업 전문가, 푸드 스타일리스트, 인테리어 전문가 등의 컨설팅은 물론 사무공간, 라운지, 홍보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다. 배달전문형 공유주방인 ‘위쿡 딜리버리’도 있다.

위쿡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절실함’이다. 김 대표는 과거 다니던 증권사를 그만두고 도시락배달 음식점을 창업했다. 이후는 험난했다. 포화된 시장에서 매출은 쉽게 늘지 않았다. 대신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비 등 고정비용만 커졌다. 국내 자영업자라면 반드시 할 법한 고민이다. 위쿡은 단순 부동산 임대업이 아니라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출발했다.

여기에 정부가 공유주방을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사업 확장의 길이 열렸다. 현행식품위생법상 하나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지 못했던 규제가 풀린 것이다. 불가능했던 식음료 제조 사업자의 기업간거래(B2B)도 가능해졌다. 그렇게 되면 사업자들이 소비자 직접 판매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마켓컬리 등으로 판로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현재 위쿡은 식품제조·배달전문 형태 외에도 케이터링(출장음식서비스)이나 푸드트럭 등 주방설비가 필요 없는 외식사업을 지원하는 서비스 등도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방 내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자율주행 로봇, 주방 동선을 최적화한 컨베이어 벨트 설계 등 다양한 기술적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김 대표는 위쿡을 통해 F&B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는 “식음료 제조는 단순 음식점 창업과 달리 초기 투자와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면서 “위쿡이 이런 장벽을 낮춰주면 F&B 시장에서도 새로운 창업자들이 마구 진입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위쿡은 창업자들의 성공을 보장하진 못하지만 대신 실패 비용을 줄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면서 “메뉴 개발, 공간 임대, 직원 고용 등 창업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만큼 만에 하나 실패해도 위험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전했다.

김 대표는 “혁신은 다른 게 아니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면 그게 혁신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혁신을 그저 ‘기술의 발전’으로 이해한다. AI, 로봇 같은 것만 떠올리는 거다. 정부도 처음엔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F&B 업계에서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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