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르포] ESS 배터리 안전의 시작점…삼성SDI 울산사업장 가보니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생태계 복원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잇따른 ESS 화재를 대비, 관련 시장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의지다.

지난 23일 경남 울산 삼성SDI 울산사업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브라운관 제조를 위해 1970년 1월 가동되기 시작했다. 삼성의 모바일 디스플레이 공급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부터 전기차 및 ESS 배터리를 양산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삼성SDI는 배터리 라인 투어 및 ESS 모듈 화재 테스트를 시연했다. 배터리의 구성요소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이다. 공정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극판, 조립, 화성이다.

극판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슬러리 상태로 만들어서 얇게 도포하는 공정이다. 조립은 양·음극 재료를 가지고 자동화 라인에서 모으는 단계다. 화성에서는 최종적으로 셀 성능을 낼 수 있게 활성화 작업을 한다. 요약하면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을 젤리 롤(돌돌 말은 형태) 방식으로 조립한 뒤 캔에 삽입, 전해액을 주입하는 과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공정은 빵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밀가루로 반죽하고, 발효하고, 굽는 등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정 3단계가 이뤄지는 배터리 1개 라인에는 100명 내외의 직원들이 투입된다. 이들은 가공된 재료들을 옮기는 자동 경로 차량(AGV) 로봇과 배터리를 생산한다. 배터리를 만드는 데 15일 정도가 소요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양산 방식은 반도체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수율, 클린룸 청정도 등을 반도체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한다”며 “실제로 반도체 공정 방식을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SS 화재 이슈가 이어지는 만큼 삼성SDI는 지난 14일 공개한 ‘특수 소화시스템’ 시연에 무게를 실었다. 이 시스템에는 소화 약품, 열 확산 차단재 등이 포함됐다.

시연회는 울산사업장 안정성 평가동(안평동)에서 진행됐다. 삼성SDI의 국내외 모든 공장에 안평동이 있지만, 대형 배터리 테스트가 가능한 곳은 울산사업장뿐이다. 이곳에는 모듈 방폭 실험실 4개, 셀 방폭 실험실 3개, 제어실, 준비실, 방치실, 진동실험실 등이 있다. 과충전, 과방전, 압축, 낙하, 관통, 진동, 침수, 전복 등의 상황을 실험한다.

처음에는 소화용 첨단약품의 효과를 입증하는 시연이 진행됐다. 관련 약품이 들어있는 소화 부품을 불 위에 올리자 몇 초 지나지 않아 불이 진화됐다. 약품이 불꽃 위로 순식간에 쏟아지면서 불이 꺼진 것이다.

강제 발화시 특수 소화시스템 적용 여부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는 테스트도 진행됐다. 예기치 않은 요인으로 셀이 발화됐을 때, 특수 소화시스템이 작동해 셀의 발화와 인근 셀로의 화재 확산 방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특수 소화시스템이 적용된 모듈의 셀을 강철못으로 찔러 강제 발화를 시켰다. 시간이 지나 한 개의 셀에서 연기와 함께 불꽃이 발생하자 소화시스템은 바로 작동해 불꽃을 소화시키며 화재 확산을 막았다.

주변 셀로 열 확산이 되는 것도 방지했다. 발화된 배터리는 300도 이상 올라갔지만, 양옆 셀은 40도 정도에서 멈췄다.

같은 방식으로 소화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모듈을 테스트했다. 이 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불꽃과 연기가 발생했다. 불꽃이 점점 커지면서,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될 수준까지 번졌다. 폭발 소리도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접한 셀로도 화재가 확산, 모듈이 전소됐다. 양옆 셀 온도 역시 100도 이상까지 상승했다. 주변 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SDI 시스템개발팀장 허은기 전무는 “테스트를 위해 가한 충격은 일상 사용 시에는 발생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일반 국민들에게 ESS 배터리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심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특수 소화시스템은 삼성SDI의 배터리 셀과 모듈이 적용된 전국 1000여개 사업장에 일괄 적용될 예정이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은 7~8개월, 비용은 2000억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소화시스템과 함께 ▲외부 전기적 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3단계 안전장치’ ▲배터리 운송 및 취급 과정에서 충격 여부 확인할 수 있는 ‘쇼크센서’ ▲배터리 상태를 감지해 운전 정지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펌웨어’ 등을 적용하고 있다.

이날 삼성SDI 전영현 대표는 “배터리 문제가 발생해 특수 소화시스템을 만든 건 아니다. ESS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차원”이라며 “원인이 무엇이든 ESS 배터리 판매 업체로서 미안한 부분이 있다. 국내 ESS 산업을 키워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울산=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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