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오픈뱅킹, 대형업체들만의 리그되선 안돼

이상일
사진은 24일 열린 금융결제원 오픈뱅킹 관련 주요 핀테크기업 초청 간담회
사진은 24일 열린 금융결제원 오픈뱅킹 관련 주요 핀테크기업 초청 간담회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30일 오픈뱅킹 플랫폼이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분위기다. 이 날 시작되는 오픈뱅킹은 우선 은행권을 위주로 시범 사업 후 12월 이후에는 일반 핀테크 업체를 대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들을 중심으로 오픈뱅킹 플랫폼을 운영하며 실제 운영상에서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보안이 확보된 은행들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우선 기본적인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오픈뱅킹 플랫폼은 그동안 금융사만의 전유물이었던 전자금융시스템을 일반 핀테크 기업을 포함한 스타트업 일반 기업에게 오픈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계좌기반의 금융 거래가 사용자 ID기반의 거래로 변화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도 여태까지의 금융 영업전략에서 벗어나 무한경쟁시대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왔다. 라이선스 기반의 금융업은 은행에게 안전장치로 작용해왔지만 이제 이러한 기득권이 무너지는 시점이 왔다.

물론 여태까지의 규제나 시장이 일거에 무너지는 빅뱅 방식의 혁신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급변해온 디지털 금융시장을 감안한다면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금융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오픈뱅킹 플랫폼이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증권가 보고서나 전문가들의 예측을 봐도 오픈뱅킹 플랫폼의 수혜자는 소규모 핀테크 업체들이 아니라 이미 커버린 유니콘 기업이나 대형 전자금융업자들이다.

당초 오픈뱅킹 플랫폼의 취지가 금융시장을 일반에게 개방한다는 의미인데 이 시스템의 수혜자가 여전히 대형 기업에 국한된다면 은행에서 대기업으로 힘의 균형이 전이되는 효과 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게 될 수도 있다.

당장 업계에서는 현재 오픈뱅킹 시스템에 참여하기 위한 보안인증, 컴플라이언스 규제 대응에 소규모 스타트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한번에 2-3억 원이 들어가는 ISMS 인증 등에 스타트업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당국은 오픈뱅킹 플랫폼이 기본적으로 금융을 다루기 때문에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타당한 설명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취하고 있는 보조금 정책 등을 보다 다변화하고 금융보안원 등을 통해 ASP 형식의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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