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020 원더키디’를 아시는가. 1989년 KBS에서 첫 방영했던 국산 TV 만화영화(애니메이션)다. 정확한 제목은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다.
올해로 나이 마흔을 맞은 기자가 비슷한 터울의 사람들과 만나면 2020 원더키디 얘기를 꺼내곤 한다. 벌써 2020년이 됐다는 푸념과 함께 어릴 적 무서워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원더키디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2020년이 되자 인터넷 상에서 원더키디가 때 아닌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2020년이란 제목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여러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만화영화였던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원더키디는 국내보다 세계 시장에서 더욱 호평을 받은 만화영화로 남았다.
게임업계 신년기획을 진행하면서 2020 원더키디 같은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여러 게임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신작인 듯 신작 아닌 듯 보이는 게임들을 지적하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쉽게 볼 수 있다. 비슷비슷한 콘텐츠 때문이다.
이제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양산형 게임의 틀에 약간의 차별화 요소를 더한 것으론 높아질 대로 높아진 게이머들의 눈을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인 상황에 다다랐다. 중국산 게임들도 비슷한 모양새를 갖췄다지만, 최근 나오는 대형 야심작들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중국산 게임들의 공세에 국내 게임업계가 속수무책으로 밀린 바 있다. 방대한 콘텐츠에 실험적 시도 그리고 재미까지 갖춘 중국산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기존의 양산 체제론 승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차례 증명됐다.
결국 국내 게임업계에서 원더키디가 나와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 것이다. 리니지 정도의 브랜드가 업체마다 한 두 개씩 있다면 걱정을 덜겠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특수 사례에 기댈 순 없는 노릇이다.
몇 년 전이라면 게임강국 코리아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 때와 또 상황이 달라졌다. 위기 때마다 한방을 보여줬던 대한민국 게임업계가 돌파구를 찾을까. 점점 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중국산 게임과의 경쟁에서 필패할 것이 눈에 보이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