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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 지디 먹여 살린다?’ 네이버의 야심찬 실험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탑골 지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가수 양준일 등 한동안 잊힌 아티스트들에게 제대로 된 음원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정산 방식이 음악서비스 업계 최초로 도입된다. 네이버가 나섰다.

9일 네이버(대표 한성숙)는 올 상반기 중 인공지능(AI) 뮤직 서비스 바이브(VIBE)에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VPS)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통용되는 ‘비례배분제’가 아닌 이용자 중심의 음원 정산 방식이다. 이용자가 실제 청취한 음악 저작권자에 스트리밍 요금이 돌아간다.

◆인기 아티스트 유리한 ‘비례배분제’란?=그동안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비례배분제’를 채택해왔다.

이용자들이 지출한 총 금액을 전체 이용자의 총 재생수로 나눠 곡당 저작권료를 산정한 뒤 특정 음원의 재생 수를 곱해 각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음원의 ‘총 재생수’가 저작권료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재생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인기 뮤지션이나 팬덤이 두터운 유명 아이돌들이 이점을 가진다. 플랫폼 업체 입장에선 재생된 수에 비례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가 도입할 새 음원 정산 방식은?=그러나 대다수 아티스트와 이용자들의 입장을 다를 수 있다.

한때 유명했지만 대중에게 잊힌 아티스트들과 비주류 장르에 도전하는 독립 아티스트, 이름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디밴드 입장에선 현행 비례배분제에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례배분제 방식에선 비주류 음악을 즐겨 듣는 이용자일수록 지불한 월정액의 일부가 내가 듣지 않은 인기 음원의 아티스트들에게 전달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에선 실제로 개인 이용자가 지불한 사용료 중 65%에 해당하는 저작권료가 자신이 실제 청취한 뮤지션보다는 재생수가 더 높은 뮤지션들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네이버 “웹툰·웹소설 창작 생태계, 음원 산업서도 만든다”=
네이버는 바이브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상반기 중 ‘바이브 결제 시스템(VIBE Payment System, VPS)을 도입한다.

네이버는 창작자들이 더 많은 이용자들과 연결되고 보다 다양한 수익 활동이 가능하도록 창작 생태계를 이끌어왔다. 이를 통해 국내 웹툰, 웹소설 생태계를 열었고 지금은 이러한 콘텐츠가 국외로 수출돼 한류의 주축을 담당 중이다.

바이브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 추천 엔진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이용자들과 직접 연결했다. 이번엔 획기적 변화를 꾀한다. 음원 정산 방식으로도 이용자와 아티스트들을 직접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내 멤버십 비용, 아티스트에 어떻게 전달됐는지 확인한다=바이브 VPS 도입으로 향후 이용자들은 스트리밍 멤버십 비용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비주류 장르 음악 활동을 펼치는 독립 아티스트들에게 팬들의 응원이 직접 전달될 것으로 보고 있다. VPS는 장기적으로 인기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유리한 정산 방식이다. 부침이 심한 가요계 특성상 언제까지 아티스트들의 인기가 유지될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이태훈 네이버 뮤직 비즈니스 리더는 “이번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 변경은 아티스트를 위한 바이브의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개선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 서비스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들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는 상반기 중 본격적인 VPS 시작을 위해 음원사 및 유통사 등 유관 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권리자가 재생 관련 데이터 및 정산액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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