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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 톡] “살아나던 서버 수요, 코로나가 발목”…반도체업계 ‘불확실성’ 확대 고심

김도현

- 반도체 업계, 시장 불확실성 고조…美 업계 가이던스 철회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등 기미를 보인 반도체 업계가 변수를 맞이했다. 당초 반도체 시장은 올해 업황 개선이 기대됐다. 지난해 말부터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메모리 구매 재개, 반도체 업계 투자 본격화 등이 동반된 덕분이다.

그러나 긍정 신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희미해진 상태다. 이는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도 감지된다. 실적 기대감이 사라지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이하 어플라이드) 등은 분기 매출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철회했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19에 따른 회사의 공급망과 제조 운영 차질을 이유로 꼽았다.

램리서치는 지난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공개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규모에 주목했다. 중국은 램리서치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현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 둔화 및 생산라인 가동 중단 등이 우려됐지만, 투자 호재가 이를 만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북미, 유럽 등으로 퍼지면서 가이더스 철회를 결정했다. 램서치는 현재 일부 공장이 멈춰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자택 대피 명령’으로 프리몬트 본사와 리버모어 공장을 이달 말까지 일시 중단하고 있다. 재가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향후 정부 지침에 따라 중단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폐쇄된 사업장 이외에도 램리서치는 미국 오리건주와 유럽 오스트리아 등에 공장을, 말레이시아에 부품 협력사를 두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11년 생산법인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설립,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 오리건주와 오스트리아 공장 등은 정상 운영 중이지만, 미국 및 유럽도 코로나19 확산 지역인 만큼, 안전지대는 아니다.

램리서치는 어플라이드, 네덜란드 ASML 등과 세계 3대 장비업체로 꼽힌다. 램리서치는 주력 분야인 반도체 식각 공정을 비롯해 박막 증착, 웨이퍼 세정, 감광막 제거 등의 장비를 양산하는 업체다. 이들 모두 반도체 핵심공정인 만큼, 생산라인 이슈가 장기화되면 반도체 제조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어플라이드도 램리서치와 같은 이유로 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철회했다. 어플라이드는 일본 고쿠사이 인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쿠사이는 히타치국제전기에서 분사 한 업체다. 지난 2017년 미국 펀드 KKR이 히타치 제작소에서 인수한 바 있다. 고쿠사이 인수는 사업 확장의 일환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관련 영향에 대해 다음 분기 실적발표 때 공개할 예정이다. 어플라이드는 캘리포니아주에 공장이 아닌 본사를 두고 있다. 해당 본사 인원은 재택 근무에 돌입했다. 공장은 미국 메사추세츠주, 텍사스주, 싱가프로 등에 있다.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영향권 내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

브로드컴은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철회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달 공개되는 애플, 인텔, TSMC 등 글로벌 업체들의 실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됐음을 시사했다. 코로나19 암초를 만나면서, 산업 시계가 멈췄기 때문이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양산 차질, 글로벌 공급망 타격 등이 겹쳤다.

삼성전자는 오는 5월2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기로 했던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0’을 무기한 연기했다. SFF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의 로드맵과 신기술을 공개하는 행사다. 주요 고객사 및 협력사 관계자가 참석, 사업 관련 논의도 이뤄진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강화 및 홍보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보수적인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20일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는 “올해 반도체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전 세계가 동맥경화다.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가 관건”이라며 “올해 투자는 연초 제시한 대로 전년 대비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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