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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여야 가계통신비 공약, 또 재탕‧삼탕…실효성 ‘글쎄’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가운데 여야가 가계통신비 대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상당수가 과거에 이미 발표한 바 있는 재탕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세수 논란으로 실효성마저 떨어진다는 우려도 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호 공약으로 공공와이파이 확대를 내세웠다. 전국 무료 와이파이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공공와이파이 정책은 2013년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왔으며, 2017년 6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가계통신비 절감대책에도 포함돼 있다. 당시 버스, 학교, 공공장소 20만곳에 대해 공공와이파이를 늘리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을 살펴보면, 올해 총 1만7000여곳에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한다. 구체적으로 올해에는 ▲시내버스 5100대 ▲학교 5300여개소 ▲교통시설 2000개 ▲문화·체육·관광시설1000개소 ▲보건·복지시설 3600개소를 대상으로 한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는 총 3만6000개 공공와이파이를 마련한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3년간 총 5780억원 예산을 쏟겠다고 했다. 비용은 정부와 통신사가 펀드를 조성해 1:1 비율로 부담한다.

그러나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와이파이 확대에 6000억원 가까운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이냐는 의문은 제기되고 있다. 5G 가입자 중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사용자는 전체 가입자의 약 80%, LTE 가입자는 30%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민간에 비용 떠넘기기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어 현재 경기침체 사태에서도 5G 투자에 열을 올려야 하는 통신사에게는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미래통합당은 세수감소 논란으로 수차례 좌초된 바 있는 통신비 연말정산 소득공제 공약을 들고 왔다. 통신비 소득공제는 지난 18대 국회부터 여야에서 수차례 법안을 발의했으나,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문턱을 결국 넘지 못했다. 2011년 연간 최대 120만원까지 가계통신비를 공제대상에 포함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소득공제 대상에 통신비를 추가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했었다. 2012년, 2014년, 2016년에도 국회를 통한 통신비 소득공제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만 9조1000억원, 기존 예산에 반영된 세출 사업마저 구조조정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에는 국세 수입 결손까지 나타났으며, 올해 세수 감소폭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2017년 통신비 소득공제 추진 당시 기재부는 5년간 연평균 1조1550억원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1조원 이상 세수 감소를 감당하면서 통신비 소득공제를 추진하는 것은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현재 통신은 단순히 전화 기능을 넘어 인터넷, 쇼핑, 게임, 5G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면서 전기‧의료 등 국민 필수 서비스로 보기 어렵다는 명분 문제도 있다.

또한, 미래통합당은 ‘단말기호갱방지법’을 도입해 통신비 거품을 빼겠다며 요금인가제 폐지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들은 이미 국회에서도 수차례 논의된 바 있는 문제로, 새로운 정책이라 할 수는 없다. 요금인가제는 이미 20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상임위 단계마저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개정안도 여럿 발의됐으나,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제자리 상태다. 또,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실현되려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민생당은 5G 조기 구축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인빌딩 등 통신음영 해소를 적극 지원하고, 5G 투자세액 공제 일몰을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제로레이팅, 요금인가제 폐지도 추진한다. 제로레이팅은 특정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감면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요금인하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알뜰폰 경쟁력 강화도 추가됐다. 이러한 공약들은 통신업계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제시돼야 한다. 알뜰폰 활성화, 제로레이팅 등은 정부에서도 수차례 연구반까지 구성해 해법을 찾고 있는 이슈다.

정의당은 5G 맞춤형 보편요금제를 제도화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동통신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하고, 5G 2~3만원대 보편요금제를 의무화해 데이터 10GB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존 5만원대 5G 상품은 데이터 제공을 20GB 이상으로 늘린다. 민중당에서는 통신 기본료 폐지, 보편요금제 도입, 통신사 마케팅 비용 통제를 내세웠다.

이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가격, 마케팅정책까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논란을 빚을 수 있는 대목이다. 5G 전국망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5G 보편요금제를 요구했을 때, 기업시장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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