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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미디어 규제' 둘러싼 공약 충돌, 실효성이 관건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21대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양대 정당부터 군소정당들까지 공약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공약도 다수 제시됐다. 규제산업 중 하나인 미디어 분야는 집중 공략 대상이다.

미디어 공약은 주로 규제 개선과 방송 공공성 확보, 뉴미디어 전략에 방점이 찍혔다. 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접근법도 천차만별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풀지 못한 과제가 그대로 이어진 면도 있다.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정당별 공약에 따르면 국내 미디어 산업 진흥에 대한 여야 방법론은 조금씩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디어 전담부서를 두되 민간이 참여하는 ‘미디어혁신기구’ 설치를 약속했다. 현재 미디어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로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처별 이해관계를 통합하고 단일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통합당은 대기업 규제를 완화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방송사에 대한 대기업 소유지분 제한을 현행 10%에서 30%로 완화하거나, 방송에 한해 대기업의 범위를 현행 자산총액 10조원에서 20조원 기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다만 기업의 투자 활동 촉진만으로 양질의 콘텐츠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특히 야당은 이른바 편파방송 규제에 날을 세우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기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폐지해 심의기능을 대폭 축소한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운다. 민생당 역시 편파방송 배제를 위해 ‘국민참여심의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방송·해외 플랫폼 등 심의규제 사각지대의 불법·음란정보 유통 등 현안은 충분히 다루지 못했단 지적도 따른다.

같은 맥락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올해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래통합당은 지배구조 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 투자를 늘리는 한편 KBS·MBC·EBS 이사 선임을 국회에서 여야 7대6으로 추천할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여야 갈등으로 계속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데다 정치권의 방송 개입에 대한 여론이 엇갈려 봉합이 쉽지 않다.

민생당 또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방향은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자율은 확대하되 책임은 강화한다는 기조다. 반면 정의당은 공영방송의 지역 및 성 평등에 더 주목한다. 유료방송 시청자위원회는 지역별 구성을 의무화하고, 공영방송사 이사도 특정성 비율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미디어 기업 간에 불거진 규제 역차별도 화두로 떠오른다. 그동안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국내 통신사들은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협상력 우위를 내세워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거나 아예 한 푼도 내지 않는 점을 강력히 지적해왔다. 반면 국내 CP들은 줄곧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역차별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간 부당한 수익 배분을 비롯한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를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사업자와 똑같이 합당한 정보통신망 이용대가를 부과받을 수 있도록 국내 대리인 제도를 강화해 집행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대리인 제도는 해외 사업자가 국내서 영업할 때 반드시 법률 대리인을 두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규제 대상과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두느냐를 두고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3월부터 방통위가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법률을 시행하고 있으나 실제 규제 행정력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해외 사업자들이 관련 시스템 구축에 소극적인 데다 신속한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문제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망 중립성 원칙 법제화를 카드로 꺼냈다.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인터넷 서비스에 접근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이용자 통신요금을 통신사나 CP가 대신 부담하도록 제로레이팅 관련 규제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해외 CP의 규제 사각지대를 어떻게 풀 것인지 논의는 제외돼 있다.

대신 정의당은 통신사와 CP 간 망 사용료 갈등에 대해 상호접속고시 정산방식 개선을 제안한다. 또 스타트업과 중소 CP들의 부담 완화도 약속했다. 구체적인 방향성은 미지수다. 이미 과기정통부가 이들 간 상호접속고시 개정을 추진하면서 양측 의견수렴을 마무리하고 있어 또 다른 의제 제시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른바 N번방 사태로 디지털 성범죄가 수면 위에 오르면서 여야 불문 디지털 성범죄 대책을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은 AI 기술을 도입한 웹하드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시스템 구축과 함께 관련 처벌 규정 마련을 내세웠다. 정의당은 불법 촬영물 공급망 단속 처벌 강화와 함께 딥페이크 등 이미지 영상 합성 제작 배포 처벌 규정 보완을 약속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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