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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CP 소송전 ‘입법 공백’ 사라질까?

최민지

- 과방위,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통과…법사위·본회의 통과에 관심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회는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한국 통신망에 ‘무임승차’하는 행위를 막고,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장치를 마련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고 글로벌CP 역차별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만 남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사업자라도 이용자수‧트래픽양 등 기준에 충족한다면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하고 이용자 요구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더라도, 일정 기준에 해당한다면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수행하는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구체적인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해외CP와 국내CP 간 역차별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이제 첫 발”이라며 “OECD에서도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함께 협조해 국제적 공조 차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CP는 국내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은 회피한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여기에는 입법 미비도 한 몫했다. 국내기업과 역차별을 방지하고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법제도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문제점은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소송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접속경로를 임의로 우회해 이용자 피해를 야기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부과했고, 페이스북은 소송으로 맞섰다.

재판부는 1심에서 페이스북 손을 들어주며 “현행 법령상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때 미리 특정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협의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글로벌 거대 CP들이 망 사용에 있어 책임지지 않는 태도로 불공정 행위를 하더라도, 규제 공백으로 인해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망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ISP와 네트워크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국내CP와의 역차별 문제 소지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최근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한국에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면 소송까지 제기했다. 방통위가 SK브로드밴드 재정 신청을 받아 양측 중재에 나선 상황에서, 돌연 소송에 나선 것이다.

중재를 통해 방통위는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국내 이용자 이익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넷플릭스 트래픽만 문제가 있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국제망 증설 및 망사용료도 함께 협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재정안이 공식 발표될 경우, 추후 소송에서도 재판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재 과정에서 당사자가 동일한 건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정부 중재가 무력화된다. 넷플릭스는 페이스북 1심 승소를 거머쥔 법무법인 김앤장과 손잡고 소송을 택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글로벌CP 또한 망 안정성 책임이 있다는 국회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달 내 본회의를 거치게 되면, 법적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입법 공백을 막는 조치를 통해 페이스북 항소, 넷플릭스 소송 관련 재판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20대 국회에서 논의하지 못한 글로벌CP 역차별 해소법은 다음 21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글로벌CP가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을 강요하거나 협상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경우를 금지행위에 포함시키는 내용 등은 이번엔 제외됐다. 또한, 국내대리인 지정 등과 관련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안정성, 이용자 불편 초래 방지 등 이용자 보호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CP가 공동의 책임이 있다. 이를 이번 법 개정을 통해 CP 대상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를 도입함으로써 ISP뿐만 아니라 CP의 이용자 보호 의무도 명확하게 규정했다”며 “글로벌CP에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의무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으나, 글로벌CP 무임승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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