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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넷 규제입법, 졸속처리 중단하라” 분노한 인터넷업계

김소영
[디지털데일리 김소영기자] 인터넷 업계가 지난 7일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비롯한 규제법안들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한데 이어 12일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시기였지만 사안이 시급하다 판단한 인터넷 업계가 하루 전인 11일 기자회견을 공지했고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30여분간 ‘짧지만 강렬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회견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체감규제포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가 주최했다.

관련 인사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회견을 진행했다. 김민호 체감규제포럼 대표가 한 글자마다 힘줘 성명서를 읽은 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전기 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발전통신발전기본법 등 졸속 처리를 당장 중단하라. 이해관계자 등과의 사회적 협의를 충분히 거친후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쟁점법안의 처리를 21대 국회로 넘겨라” 구호를 거듭 외쳤다. 학계 인사도 연단에 올라 업계 발언에 힘을 보탰다.

이날 회견에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작금의 국회와 정부는 신중해야 할 입법 대신 문제를 성급하게 봉합하기 위해 포퓰리즘 법을 만들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당장에 편한 것만을 생각하는 고식지계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박 사무총장은 현재 n번방 방지법이 심사과정에서 사전규제 부분이 완화된 점에 대해 “완화된 법안은 맞지만, 지금 법안 자체도 누가, 어느 범위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될 것이라는 구체적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의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법안 내용을 직접 언급하며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법은 당연히 입법부에서 정확히 규정을 해야하고 행정부의 행정권을 견제해야 하는데, 모든 사항을 정부에 일임해놨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 서비스 안정성 증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법안에 규정하고 시행령에 위임하는 과정은, ‘법은 명확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헌법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n번방 방지법 관련해 “성범죄가 문제가 되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업들이 노력해야한다는 부분은 공감한다”며 “문제는 누가 어느 범위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는 구체적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 처리 중인 n번방 방지법의 대안을 묻는 질문에 박 사무총장은 “현행법에 (불법촬영물) 신고나 삭제요청 등 기업이 인지하는 경우 바로 삭제하게 돼있고 그렇게 시행 중”이라며 “신고 접수 및 인지 후 즉시 삭제(notice and takedown) 원칙은 우리 인터넷의 시작 이후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전세계 표준 모델”이라고 답했다.

이날 n번방 방지법의 내용뿐 아니라 절차적·형식적 흠결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김민호 체감규제포럼 대표는 성명을 통해 “n번방 사태가 불거지고 관련 법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이들 법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청취나 숙의의 시간과 절차도 없이 이른바 ‘n번방’법이라 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과방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지난 5월 4일 발의된 법안은 국회법상 입법예고기간인 10일 이상의 입법예고도 하지 않았고,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조차 없으며, 발의법안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회부되고 상정되어야 하나 이 절차 역시 생략되는 등 형식적, 절차적 요건을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박성호 사무총장은 “사회문제 해결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가 오히려 플랫폼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법은 이번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법안이 아니며 오히려 민간인 사찰의 한 방법으로 변질돼 원하지 않는 빅브라더 시대와 통계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법사위가 남았다. 위헌소지가 다분한 이 법률에 대하여 적절한 국회의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기자>sor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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