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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웹보드게임 훈풍’ 우리 정부에 기대하는 것

이대호
2014년 웹보드게임 규제 당시 업체 공지 갈무리
2014년 웹보드게임 규제 당시 업체 공지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고스톱·포커류 게임을 일컫는 ‘웹보드게임’에 볕들 날이 찾아왔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장기 진흥계획에 웹보드게임 중복규제 해소 등 내용을 담으면서 훈풍이 불게 됐다.

그동안 웹보드게임은 1회 이용한도와 월 결제한도, 1일 손실한도까지 3중 규제로 발목이 묶인 상태였다. 2014년 규제 이후 줄어든 매출 규모만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그러다가 7년 만에 1일 손실한도 등 일부 규제가 완화돼 업계 숨통이 트였다.

이번 문체부의 규제 개선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이유는 웹보드게임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못 미더운 상황에서 업계 목소리를 수용해 나름의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문체부 담당부서와 관련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웹보드게임 규제 해소는 2014년 이전 기준으로 보면 ‘원상 복귀’ 수준에 못 미치는 개선이다. 문체부도 규제 개선에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이다. 그래서 일부 안전장치로 둔 것이 ‘인증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게임이용자보호센터(GUCC)가 이용자보호 방안과 사행화방지 방안을 중심으로 인증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다. 인증제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향후 규제 개선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웹보드게임 인증제가 업계 노력으로만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연히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작·운영사가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들고 조심스럽게 운영해도 불법환전상 등 극소수 이용자가 맘만 먹으면 어떻게든 악용할 수 있는 것이 게임 콘텐츠의 특성이다.

하물며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사람이 원래 목적대로 활용 중이지만 일부는 음주운전 등의 사고를 일으킨다. 그렇다고 자동차 제작사에 책임을 물리진 않는다.

웹보드게임 인증제는 자동차 업체에 운전석 탑승자의 음주 여부를 감지해 경찰에 알리고 강제적으로 시동이 멈추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하는 제도에 가깝다. 이러한 시스템을 잘 만들어도 일부가 우회하거나 악용할 여지는 남아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자동차 제작사에게만 부담시킨다면 어떨까. 웹보드게임 규제와 인증제가 그런 모양새다.

지금의 웹보드게임 규제와 인증제를 불러온 불법환전상은 결과적으로 경찰력이 동원돼야 할 문제다. 불법환전의 고리를 끊을 보다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게임업체가 아무리 운용의 묘를 잘 살린다 해도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옆 나라 중국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을 훌쩍 앞서 어떻게 아케이드 게임 세계 최강국으로 거듭났을까.

중국은 업체 대상으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했다. 일반 사업자들에겐 화끈한 정책적 지원을, 불법 사업자에겐 강력한 처벌을 동시에 운용했다. 제조업과 맞물린 아케이드 게임은 중국 시골 출신의 저학력자들을 대거 포용해 중요 일자리 산업으로 거듭났다. 이제는 아케이드 업계가 가상현실(VR)을 결합해 새로운 도약을 노리는 중이다.

국내에서 고강도 규제로 주저앉은 웹보드게임 업계에 젊은 인재가 모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이것을 업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다. 정부가 더욱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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